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ㅣ
최근 한국 사회에서 ‘두경부암’이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고령의 애연가나 애주가에게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40~50대 비교적 젊은 남성층에서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주요암이 되었다. 특히 여성의 자궁경부암 원인으로만 알려졌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두경부암 급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HPV가 성(性) 매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HPV(Human Papilloma Virus)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구강성교 등을 통해 목구멍 깊숙이 숨어 있다가 10~20년 뒤 암세포로 발현한다. 특히 남성에게 더욱 그렇다. 세 차례에 걸쳐 두경부암의 발생 원인과 예방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HPV가 암세포를 만드는 경로는 규명이 되었다. HPV는 스스로 증식할 능력이 없어 우리 몸의 세포를 ‘공장’으로 활용하면서 세포의 방어 체계를 무너뜨린다.
우리 입속이나 목구멍(인두) 점막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상처들이 생기곤 한다. HPV는 이 틈을 타 점막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기저세포(Basal Cell)까지 침투한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는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손상되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세포 자살(Apoptosis)’ 시스템이란 게 있다. 암이 되는 것을 막는 방어 기제다. 하지만 HPV는 E6와 E7이라는 고약한 독성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E6 단백질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을 파괴한다. p53은 세포의 손상을 감시하는 ‘경찰관’역할을 하는데 이게 사라지니 손상된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게 된다.
보통의 바이러스는 세포질에 머물다 사라지기도 하지만, 고위험군인 HPV 16형과 18형 은 자신의 유전자를 우리 인간 세포의 DNA 본체(핵) 속으로 완전히 끼워 넣는다.
이때부터 세포는 정상적인 기능을 잃고 분열(증식)하면서 암세포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이다. 이것이 10~20년 동안 쌓이면 육안으로 보이는 악성 종양(암)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HPV 주 감염 경로로 떠오른 ‘구강성교’
의학계는 일반 성인 중 약 7~10%가 입속(구강 및 인두)에 HPV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고위험군인 HPV 16형은 약 1% 내외에서 발견된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평생 한 번 이상 감염될 확률이 80% 이상인,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성적 접촉을 통해 주로 전파되므로 성 매개 감염으로 분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염 자체가 ‘부적절한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HPV는 주로 목젖 뒤쪽의 편도나 혀 뿌리 부분(구인두)에 잠복한다. 이곳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간 머물며 세포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
HPV 감염 자체는 통증이나 가려움 등 이상 증상이 전혀 없다. 본인이 감염된 줄 모른 채 파트너에게 전파하거나, 10~20년 뒤 암으로 발견되는 조용한 잠복기를 거친다. 그래서 다수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는지 특정할 수가 없다.
20~30대에 감염되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50~60대에 이르러 비로소 암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두경부암 환자 중 중장년층 비중이 높다.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구강 HPV 감염률이 3~5배 가량 높다. 이는 남성의 면역 체계가 구강 내 HPV를 제거하는 능력이 여성보다 낮거나, 성적 행동 양식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경부암이 급증하는 것은 성문화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구강성교(오럴섹스)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구강성교는 과거 부모 세대에 비해 지금은 흔한 사랑의 패턴이 됐다.
물론 HPV 감염 확률은 삽입성교가 구강성교보다 높다. 삽입성교시 HPV는 피부와 점막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성기 주변의 피부는 마찰에 의해 미세한 상처가 생기기 쉬운데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강성교는 구강 내 점막이 문제인데 점막은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가장 좋은 경로다. 구강 환경은 성기 주변보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거나 증식하기에 상대적으로 덜 최적화되어 있긴 하지만 입안에 상처나 염증이 있을 경우 위험도는 올라간다.
구강성교를 통한 HPV 감염 확률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역학 조사 결과는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평생 구강성교 파트너가 6명 이상인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HPV 관련 구인두암에 걸릴 확률이 약 8.5배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HPV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체액(정액, 질 분비물)뿐만 아니라 피부 및 점막의 접촉만으로도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삽입성교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성기 주변의 피부 접촉만으로 전파될 수 있다. 콘돔이 100% 방어를 못 하는 이유다.
딥 키스(Deep Kiss)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 논란이 있으나, 구강 점막에 상처가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