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 저런 병] <45>비염·축농증으로 오인, ‘비부비동암’

유해물질 지속 노출, 흡연이 위험 요인
코막힘·누런 콧물 수 주 계속되면 의심

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감기인 줄 알았는데...”

“축농증이 오래간다고만 생각했다.”

 

TV에 자주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했던 백성문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31일 52세 나이에 부비동암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암이 대중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비부비동암은 비강(콧구멍에서 인두에 이르는 공간)에 생기는 비강암과 부비동(코 주변 얼굴 뼈 속에 공기가 차 있는 공간)에 생기는 부비동암을 통칭한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2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한 비부비동암은 전체 암 발생(28만2천건)의 0.2%인 495건으로, 두경부암(얼굴, 코,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에 발생하는 암) 중에서도 드문 편이다.

 

이 암은 소리없이 찾아온다. 초기 증상은 비염이나 축농증과 비슷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부비동암은 주로 상악동(광대뼈 안쪽 빈 공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50~70대 남성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뇌, 눈, 주요 혈관과 인접한 좁고 복잡한 구조에 발생하기 때문에 종양이 커질 경우 안구 돌출, 시력 저하, 뇌 신경 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부비동암의 발생 원인은 일반적인 암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니켈, 크롬, 가죽 먼지, 나무 먼지(목공업), 포름알데히드 등에 장기간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흡연은 가장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반복적인 비부비동 염증(만성 부비동염)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비부비동암의 초기 증상이 흔한 질환인 비염·축농증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막힘, 콧물, 안면 통증, 두통 같은 증상은 일상에서 너무나 흔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부비동암의 경고 신호는 ‘지속성’이다.

 

코막힘이나 누런 콧물이 수주 이상 계속되거나, 한쪽 얼굴이 반복적으로 아프고 붓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 염증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코피가 잦아지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치아 흔들림, 안면 감각 저하 같은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부비동은 해부학적으로 눈·뇌·신경과 매우 가까워 암이 진행되면 시력 손상이나 뇌 침범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조기 발견 여부가 치료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

 

비부비동암은 외래에서 코내시경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암이 부비동 안쪽에 위치한 경우에는 조직검사 등의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는 종양의 위치, 범위, 전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의 기본은 수술로 암을 충분히 절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초기 단계이면서 전이가 없는 경우 내시경 수술만으로도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만약 암이 진행된 경우라면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으며, 추적 관찰도 필요하다.

 

초기에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발견이 늦어질수록 치료는 복잡해지고 예후도 나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