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널리 쓰이는 ‘염화메틸렌’, 미 보건당국 1~2년 내 단계적 금지

EPA, ‘암 유발’ 경고…일부 산업용 사용은 허용
주로 금속 세척, 플라스틱 제조, 냉매에 사용
디카페인 커피 제조에도 쓰여...국내는 금지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염화메틸렌(CH2Cl2), 또는 디클로로메탄이라고도 불리는 유기 화합물은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무색 무취이며 휘발성이 높은 액체다.

 

주로 금속 세척, 페인트 제거, 폴리우레탄 및 폴리에스터 같은 플라스틱 제조, 냉장고 냉매, 약물 제조 시의 용매 등 다양한 제조 공정에서 활용되는 필수적 화합물이다.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할 때도 사용돼 미국에서 논란이 있었다. 매니큐어를 지우는 용액을 만들 때도 쓰인다.

 

그러나 염화메틸렌은 오래 전부터 발암 독성 의심 물질로 분류돼 사용상 엄격한 관리 및 주의가 필요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일 독성물질규제법(TSCA)에 따른 염화메틸렌 위험관리 규칙을 발표했다. 일반 소비자 사용은 1년 이내, 산업·상업용 사용은 2년 이내 단계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 및 상업적 사용은 물론 일반 소비자를 위한 염화메틸렌의 생산, 가공, 유통을 단계적으로 신속하게 줄여야 한다.

 

다만 일부 산업적 사용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허용되는 경우는 ▲냉매 생산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분리막 ▲실험실 내 사용 ▲플라스틱 및 고무 생산 등이다. 이 경우에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가 취해진다고 EPA는 밝혔다.

 

EPA는 “이 조치는 안전하지 않은 염화메틸렌 사용을 중단하고 일부 산업용 사용에 대해 강력한 근로자 보호 조치를 시행해 이 위험한 물질이 미국 내 어떤 사람도 위험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산업 환경에서 사용되는 염화메틸렌은 간암, 유방암, 뇌암, 혈액암 등은 물론 간 손상과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EPA는 밝혔다.

 

1980년 이래 미국에서 최소 88명이 염화메틸렌에 노출돼 사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욕조 보수 도장이나 페인트 제거 작업 중이었다고 EPA는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 분류 기준에 따르면 염화메틸렌은 발암물질 ‘2B 그룹’에 속한다. 2B 그룹은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사람에게는 불충분하나 동물에게서는 확인된 것을 말한다

 

한국산업안전공단도 2019년 염화메틸렌을 유독물질로 고시하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망 사고도 있었다. 산업안전공단은 이 물질에 노출될 경우 코와 목, 폐에 자극을 일으키고 고농도에 노출되면 기관지염과 폐부종, 의식불명,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2010년에는 경기도 소재 금속제품을 세척 ·도장 작업을 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염화메틸렌을 청소하러 지하에 들어갔다가 염화메틸렌 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

 

2012년에도 충북의 모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디클로로메탄에 중독돼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검 결과 치사 농도를 초과한 혈중 염화메틸렌이 검출됐다.

 

그래서 근로자는 이 물질이 있는 곳에서는 방독면을 착용하고 적절한 환기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산업용 세척제들이 나오고 있다.

 

 

◇디카페인 논란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 염화메틸렌을 용매로 사용해 카페인을 녹이는 방식, 물을 이용한 방법, 물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방법이다. 이중 원두를 염화메틸렌 용제에 담가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을 두고 미국에서 소비자 단체와 커피 업체 간에 위해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데 사용하는 물질로 물, 주정, 이산화탄소만을 허용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염화메틸렌 디카페인 커피’를 사용해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면 처벌받는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볶은 원두나 추출액 상태로 수입돼 가공되거나 캡슐커피와 인스턴트커피 등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커피들 속에 염화메틸렌으로 처리한 디카페인 커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가 노카페인 커피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90% 이상 카페인을 제거했을 때 디카페인이라고 표기하여 판매할 수 있다. 외국의 디카페인 커피 기준은 96~99%(미국 기준 97%, 유럽 기준 99%)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