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입니다

인권위 성명, “성 소수자 다양성은 민주주의 기본 가치”
78개 시민사회단체 공동투쟁단 구성
차별금지법·동성혼 법제화·성별인정법 제정 요구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성 소수자(sexual minority) 란 말은 알아도,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IDAHOBIT, 아이다호데이)이 있다는 건 대부분 모른다.

 

5월 17일이 바로 그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질병의 ‘정신장애’ 목록에서 공식적으로 삭제한 것을 기념해 제정했다. 또 2004년 이날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날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대학교수이자 동성애자 활동가인 루이 조르쥬 탱이 제안해 2005년에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날을 맞아 세계 인권 및 성 소수자 단체들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토론회, 전시회,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우리나라는 WHO의 결정 이후 32년이 지났어도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낙인, 폭력이 자주 벌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날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변희수 하사, 김기홍 활동가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죽음을 목격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성 소수자 혐오나 차별을 용납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면서 “올해 3월 발표한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도 성 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성명에서 성 소수자가 겪는 위축감과 좌절감 등 차별 실태를 지적했다. 2020년 인권위가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응답자가 전체 590명 중 81.4%(480명)에 달했다.

 

인권위는 “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성 소수자 관련 대응이 우려스럽다”며 동성애 조장 및 성 정체성 혼란을 이유로 들어 서울·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경기 지역 초·중·고교에서 성교육 도서 2,500권이 폐기된 사례를 비판했다.

 

반대로 성 소수자를 향한 법원의 전향적 판결 사례를 언급하며 “성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금씩 걷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2월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도 지난 8일 성별 정정 신청 시 성전환 수술이나 생식 능력 제거 수술을 필수 요건으로 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022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 지침에서 외과적 성전환 수술 여부를 필수적인 ‘허가 기준’에서 ‘참고 사항’으로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는 성소수자 권리 증진을 위해 함께 해왔다”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다양성과 인권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을 맞아 7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4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투쟁단’은 오전 11시 국회의사당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소수자의 평등을 법과 제도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동성혼 법제화, 성별 인정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성별 인정법은 트랜스젠더가 성기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인권단체들은 정부와 국회, 법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에서 보듯, 정부가 오히려 성 소수자 차별에 앞장선다는 주장이다.

 

성적 지향을 포함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차별금지법은 보수 종교단체들의 반발로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 소수자(Sexual Minority)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성 표현 등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 사회의 통념과 다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성 정체성이 타고난 것과 반대인 사람), 간성(intersex, 신체 특성상 여성이나 남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사람), 무성애자(asexual, 섹스를 하지 않는 사람) 등이 성 소수자로 분류된다.

 

성 소수자는 퀴어, LGBT 등의 용어와 같이 쓰이기도 하지만, 사회·법제도적 차원에서 억압받는 불평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때 자주 언급된다. 또한 LGBT 같은 분류가 모든 성 소수자를 아우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성 소수자’라는 말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