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여성에게만 중요할까

남성도 주의해야 하는 HPV.. 성관계 감염으로 주의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영진 서울의과학연구소 아카데미 부원장,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HPV란 무엇인가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감염은 다양한 암, 특히 자궁경부암과 관련이 높다. 항문생식기암과 구인두암 발병 요인의 7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여성암 전체 범주를 놓고 보았을 때도 발생 빈도를 높이는 주범이기도 하다.

 

국제 유두종 바이러스 학회(International Papilloma Virus Society, IPVS)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 역시 HPV가 그 원인이고, 관련 암 발생까지 범위를 넓혀 추산하면 세계적으로 1분마다 1명이 HPV 관련 암 진단을 받는다.

 

HPV에는 여러 가지 아형이 있으며, 아형에 따라 암 발생 확률이 다르다. 자궁경부암의 약 60%를 차지하는 16형, 약 10~15%를 차지하는 18형을 비롯하여 6, 11, 31, 33, 45, 52, 58형 등이 있는데, 4개 아형에 대한 예방 백신은 4가 백신, 9개 아형에 대한 백신은 9가 백신이라 명명한다.

 

예방 백신이기 때문에 이미 해당 HPV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 접종한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HPV 바이러스 감염의 주원인은 성적 접촉이므로 성 경험이 없는 이른 시기에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2006~2012년생 여성 청소년과 1997~2005년생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데,** 2024년 현재 2006년생 여성 청소년의 HPV 접종률은 80.2%로 집계되었다.

 

남성도 주의해야 하는 HPV

HPV는 주로 자궁경부암과 결부하여 언급하기 때문에 여성만 걸리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남성에게도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생식기 사마귀가 대표적인 질환이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에 따르면, 국내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은 2010년 2만5,208명에서 2019년 6만5,203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3배 이상 증가하였다. HPV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성관계를 통해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중한 사람에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HPV 예 방 백신 접종은 남성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HPV 예방 백신은 주로 여성만 접종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방송 등에서 HPV 감염 예방과 남성 접종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약회사가 판촉을 위해 하는 광고 외에는 별다른 홍보가 없어 아쉽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HPV 예방 필요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HPV 예방 백신은 남녀 모두에게 필수

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HPV 예방 백신을 남성 대상 무료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역시 남성 대상 HPV 예방 백신을 NIP에 포함해 2025년부터는 12세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2025년에는 NIP 확대 대상으로 진입하길 기대해 본다.

 

UN은 「HeForShe」라는 양성평등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여권 확대를 위하여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 또한 적극 독려하고 있다. ‘He for she’라는 문구를 직역하자면, ‘여성을 위한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여전히 성별 간 갈등이 있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호를 다시 의료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여성뿐 아니라 양성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HPV 예방 백신을 적극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팬데믹 시기에 자기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을 위해 모두가 코로나 백신을 맞았던 것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에는 성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층은 HPV 예방의 필요성이나 중요함을 알기 어렵다.

 

따라서 부모가 소중한 자녀를 위해 해당 정보를 교육하고 예방 접종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정부 당국 또한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해 무료 접종 대상 확대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 국민 암 예방 측면에서 이에 호응하는 정책을 조기에 실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