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과도한 저염식이 되레 위험한 저나트륨혈증 유발한다

방치하면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도
물 과도하게 마시면 부정적 영향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올해 여든 살의 김OO 할아버지는 최근 계단을 내려가다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굴러 넘어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그는 말을 어눌하게 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의심돼 CT와 MRI 검사를 받았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

 

피검사와 소변검사 등 진단검사에서 삼투압몰 농도 수치가 낮게 나온 김 할아버지는 뜻밖에도 저나트륨혈증을 진단받았다. 할아버지는 1주일간 입원한 뒤 외래 통원진료를 통해 영양제와 나트륨 수액처방을 받고 지금은 완쾌했다.

 

김 할아버지는 수년간 저염식 식단을 유지해왔다. 고혈압에다 심뇌혈관 이상 등으로 짜게 먹지 말라는 주변의 권유로 소금이 들어있지 않은 식단을 고집해왔다.

 

건강을 염려해 저염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금을 먹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세게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이하로 권장하고 있으나 한국인의 평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약 4878㎎으로 WHO 권장 수준의 2배가 넘는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위암, 신장 결석,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거의 소금을 섭취하지 않는 저염식을 고집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나트륨은 혈장 내 삼투압몰농도(osmolality)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전해질인데 나트륨이 부족하면 수분이 세포 안으로 이동해 세포가 팽창한다. 이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발작, 혼수상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나트륨은 세포 내부와 외부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고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와 근육 수축에 관여하는 등 인체의 다양한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나트륨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부족할 때는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장 마비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신장은 체내의 나트륨과 수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저나트륨혈증이 지속되면 신장에 부담을 주어 신장 기능도 저하된다.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의 나트륨 이온(Na+) 농도가 정상 범위 이하로 낮아진 상태로 혈청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미만인 경우 저나트륨증으로 진단한다.

 

나트륨 농도가 125-130 정도가 되면 위장관 증세가 발생하게 되고 구역질,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나트륨 농도가 110-125 정도가 되면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해 두통, 혼란, 경련, 발작, 혼수상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저나트륨증의 원인은 수분 과다 섭취, 신장 기능 저하, 호르몬 이상, 약물 부작용, 구토, 설사 등이지만 저염식을 고집하면서 지나치게 소금 섭취를 기피해도 발병할 수 있다.

 

신장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면 ‘물 중독’으로 불리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하고,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경증 저나트륨혈증은 하루 약 1리터 이하로 음수량을 제한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이뇨제 또는 다른 약물이 원인이면 이를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면 된다.

 

간혹 나트륨 용액을 정맥으로 투여하거나 체액 배설을 높이기 위한 이뇨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대개 수분 제한만으로는 저나트륨혈증의 재발을 예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럴 때 소금 정제로 경증 내지 중등도의 만성 저나트륨혈증 환자를 치료한다.

 

중증 저나트륨혈증은 위 할아버지 사례처럼 응급상황에 해당한다. 주치의는 정맥 수액처방이나, 이뇨제로 나트륨 수치를 천천히 증가시키는 치료를 한다. 너무 급격하게 나트륨 수치를 높이게 되면 영구적인 뇌손상 발생도 우려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저염식을 하려면 소금 대신에 간장, 식초, 고춧가루, 후추,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사용하여 음식의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채소와 과일에는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므로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