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성감 높이는 ‘질필러’시술...자칫 사망 부른다

나이 들면 질이 이완돼 탄력 줄어
시술 후 혈전으로 30대 여성 두 명 사망

안전성 입증 안 돼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여성의 질은 출산과 노화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질 내부가 이완되거나 공간이 생긴 경우에는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성관계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 탄력이 줄어들고 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 역시도 피부 조직이기 때문에 같은 변화를 겪는다. 임신, 출산을 겪은 여성이라면 더욱 급격하게 이완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꼭 출산이나 노화뿐만 아니라, 잦은 성관계 등으로 인해 질은 늘어날 수도 있다.

 

질이완증은 질 건조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질염, 분비물 악취, 분비물 증가, 요실금, 방광염 등 여러 여성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적절한 방식을 이용해 치료해 주는 것이 좋다.

 

 

요즘 많이 시술하는 것이 ‘질필러’다.

 

‘질필러’는 콜라겐을 질 점막층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볼륨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질을 타이트하게 해주고 질 벽을 두껍게 유지한다. 10분 이내의 짧은 시술 시간, 비절개 방식의 간단한 시술이다. 시술 직후부터 달라진 질 내부를 체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영구적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질필러가 치명적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는 사례가 발표됐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은 질필러를 맞고 사망한 30대 여성 두 명의 사례를 ‘한국법의학저널’ 최근호에 소개했다.

 

38세 여성 A씨는 질필러 주사를 맞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의식을 잃었다. A씨는 7개월간 질필러 시술을 4번 받았다. 응급실에 실려온 A씨는 호흡곤란이 악화됐고, 발작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기관 삽관 후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져 입원 10일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질에 큰 혈전(피떡)이 있었다. 필러가 질 주변 혈관으로 퍼지며 혈관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35세 여성 B씨다. B씨는 질필러 주사 시술을 받은 후 심장마비가 왔다. 시술을 마치고 4분 후부터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심장마비가 왔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한 달간 치료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다.

 

부검을 하면서 질을 현미경 검사했더니 점막하층과 근육층 등의 일부 혈관에서 필러로 인한 색전증(혈관 안이 덩어리에 의해 막힌 것)이 생긴 상태였다. 정확히는 비혈전성 폐색전증이다.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지방, 공기 등 정상 혈관에 거의 없는 물질이 폐순환에 의해 혈관을 막은 것이다.

 

의료진은 “드물지만 필러 주입으로 인해 필러가 정맥에 직접 주입되거나, 높은 국소 압력으로 인해 정맥으로 이동하면 발생할 수 있다”며 “질필러 주입 후 발생한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유사한 사례가 여럿 보고된 바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에서 환자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두 건을 발표한 저자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많은 산부인과 학회는 여성 생식기 미용시술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에서도 국립산부인과 의료기기평가부가 질 주사를 승인하지 않았고, 적응증도 없기 때문에 질 필러 시술을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