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대전의 초등학교 40대 여교사가 10일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1학년 여자 아이를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 정부와 정치권이 큰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사가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지난해 12월에 6개월간의 질병 휴직을 신청했다가 20일 만에 복직한 후 범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범행의 근본 원인이 우울증 탓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교육계와 정부도 우울증 등 정실질환 병력이 있는 교사의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마치 우울증이 살인을 일으킨 것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교사는 범행 당일 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그는 경찰에 “어떤 학생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겠다는 생각으로 돌봄교실에서 마지막에 나온 학생에게 책을 주겠다고 유인해 목을 조르고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는 자신도 죽을 생각으로 흉기로 자해를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범행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강화시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치료를 기피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사당국이나 언론이 정신질환적인 부분을 범행 원인으로 적시하게 되는 순간 암묵적으로 정신질환과 살인이 연관성이 있다는 암시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많은데 여론이 이런 방식으로 조성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한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우울증은 죄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69만 명이던 우울증 환자는 2021년 93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율은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율이 낮은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고, 우울증을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당 교사의 범행이 우울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놓고 볼 때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의 행동 양상과는 무척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주변을 의식해 편견이 덜한 우울증 또는 불면증이 있다고 말을 하는데 해당 교사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짚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원인 규명과 함께 사건 재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사한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정신질환이 사건 원인으로 주목받는데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해자의 환경적인 요인이나 심리적인 부분들이 어떤 상태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