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하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치과교정과 조교수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전에는 앞니가 가지런했는데 요즘에는 자꾸 틀어지는 것 같아 요.”, “치아 사이가 벌어져서 음식물이 자꾸 끼고 잇몸도 자주 부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 대부 분은 중년 이후의 환자들이다. 젊을 때는 생각도 못 했던 변화가 어느 날부터 슬며시 나타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서서히 움직인다
치아는 뼈에 고정되어 있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평생에 걸쳐 조금씩 앞쪽으로 이 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근심이동’이라고 한다. 젊을 때는 잇몸과 뼈가 튼튼해 이런 움직임 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아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가 서서히 소실되며 지 지력이 약해진다.
이 과정을 일반적으로 “잇몸뼈가 녹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치아가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배열이 흐트러지고 미소나 얼굴 인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변화는 특히 아래 앞니처럼 공간이 협소하고 뼈가 비교적 얇은 부위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 양상은 치아가 겹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치아 사이가 벌어지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 혀로 앞니를 무의식적으로 미는 습관이나, 입술을 깨물거나 이갈이처럼 반복 적인 자극을 지속할 경우 치아가 앞으로 밀려나며 발생하게 된다. 치열이 틀어지면 외적인 문제는 물론 칫솔질이 어려워지고 음식물이 잘 끼면서 잇몸 질환 위 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음식물이 자주 끼고 칫솔질이 잘되지 않아 염증이 생기면 해당 부위의 치아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중장년 환자도 교정 치료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나이에 교정이 되긴 하나요?” 교정 치료를 고려 중인 중장년 환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의 교정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자녀나 손주의 교정 치료 를 지켜본 경험이 있어 교정이라는 개념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본인이 시도하는 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정 치료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치아에 고정식 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부분만 조정하는 부분 교정도 가능하고 치료 목표에 따라 치료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전문가의 진단을 바탕으로 한 치료 계 획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중장년층이 교정 치료를 망설이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장치가 겉으로 보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입안의 철사나 장치가 눈에 띄는 것에 대한 부담 이 크다. 이런 경우 환자의 요구와 생활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장치 선택이 가능하다. 설측 교정 장치는 치아 안쪽에 장치를 부착하기 때문에 교정 중인 것을 타인이 알기 쉽지 않다.
투명한 재료로 제작된 투명 교정장치는 탈착이 가능하고, 착용 중에도 겉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다. 다양한 치료 방법과 장치가 있어서 기능과 심미성, 생활 편의까지 고려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교정 치료 효과는 어떨까
치아가 가지런해지면 구강 위생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겹쳐 있던 앞니가 펴지면서 이전에 칫솔이 잘 닿지 않던 부위까지 닦을 수 있게 되고 치태와 잔여 음식물 제거가 용이해져 잇몸 염증 이나 구취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치아 배열이 바로 잡히면 저작 시 힘의 분포가 보다 고르게 조정되어 특정 치아나 부위에 부 담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심미적인 변화도 흔히 관찰된다. 교정 치료를 받은 중장년 환 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교정 후에 인상이 달라졌어요.” 치아가 가지런해지면, 미소선이 정돈되고 훨씬 젊고 또렷한 인상이 만들어진다. 치아 이동은 아주 서서히 그러나 지속해서 진행된다. 그 변화를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하면 치료는 훨씬 간단해진다. 중 장년기라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교정 치료는 건강한 구강 환경을 되찾고 젊은 미소를 회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이자 입 안에서 시작하는 안티에이징이 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앞니가 예전처럼 가지런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교정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을 권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