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안수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은 복합 만성질환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조기에 발생하는 대사질환 및 심혈관계 이상을 동반한 복합 만성질환이다. 특히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지방간질환 등이 동반되는 경우 가 흔하며, 장기적으로 삶의 질 저하, 조기 사망률 증가 및 기대 수명 감소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소아청 소년 비만율(체질량지수 95백분위수 이상)은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증가하여 2021년 기준으로 약 19.3% 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통적인 체중 감량 원칙인 식사 조절, 운동 및 행동치료 또는 약물치료 병합 등의 비수술적 방법은 비만도가 비교적 낮은 일부 비만 환자에게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도비만 상태에서는 체중 감량 자체도 어렵지만, 비수술적 치료로 일시 감량을 하더라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대사 합병증의 호전도 제한적이다. 성인 고도비만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청소년에게도 고도비만수술 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요요 현상이 없고 효과적이며 영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도비만수술 대상과 시기 현재 가장 널리 인정되는 고도비만수술 대상에 해당하는 소아청소년은 체질량지수, 즉 BMI(Body Mass Index)가 35kg/m²(99번째 백분위수) 이상이거나, BMI가 30kg/m²(95번째 백분위수의 120%) 이상이 면서 중증 대사 질환(예: 제2형 당뇨, 수면무호흡증, 지방간염 등)을 한 가지 이상 동반한 경우이다.
미국 비 만대사외과학회에서는 수술 고려 시 소아청소년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건 강보험공단에서는 골 연령 검사상 성장이 완료되거나 거의 대부분 완료된 경우에 시행한다는 단서 조항을 둔다. 보통 여아는 13세 이상, 남아는 15세 이상이면 골 성장이 완료된다.
수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비수술적 치료를 최소 6~12개월 이상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경우이어야 한다. 또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의 이점과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장기 추적 관리에 적극 참여할 의지 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수술 결정을 좀 더 신중히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조절되지 않은 정신건강 질 환, 예컨대 조현병, 중증 우울증, 섭식 장애, 자해 경향 등이 있을 때에는 수술 후 자기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상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는 상태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소아청소년기 고도비만의 치료에서 중요한 의학적 쟁점은 “언제 수술을 시행할 것인가?”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수술 시기가 수술 후 대사 조절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비만으로 발병할 수 있는 다양한 동반 질환과 합병증이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기 전에 비만대 사수술을 통해 개입하는 것이 좋다. 고도비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청소년에 대한 고도비만수술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해가 부족하여 성인 전체 수술 건수의 5%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청소년 시기 수술 결과, 성인보다 우수 미국의 여러 병원과 기관이 함께 참여해 수행한 연구인 ‘청소년 비만대사수술 장기 추적 연구(Teen Longitudinal Assessment of Bariatric Surgery, Teen-LABS)에 따르면, 수술을 받은 청소년 환자들이 성인에 비해 당뇨병 증상 완 화 비율이 높다.
또한 신장 기능이 잘 유지되며 수술 후 합병증도 적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성장기 청소년은 성 인에 비해 대사적 가소성(metabolic plasticity)이 월등하다. 따라서 고도비만으로 인한 동반 질환 때문에 장기 손상이 심해지기 전에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3년 미국소아과학회 (AAP)의 임상 진료 지침은, 수술 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결론적으로,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과 동반 질환 치료를 위한 최후의 수단(last resort)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폐기할 것을 제안하였다. 다양한 합병증 예방과 사회적 기능 회복에도 긍정적 효과 고도비만 치료를 위한 수술적 방법을 통한 조기 개입은 단순히 체중 감소와 유지만이 목적은 아니다.
당뇨병을 포함하여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대사질환의 완전 해소와 간 섬유화 예방 등이 목표가 될 수 있 다. 나아가 사회심리적 병증인 자존감 상실, 우울증, 차별과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회적 기능 회복에도 매 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뒷받침하는 최근의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수술 결과는 오히려 더 우수한 면이 있으며, 조기 수술이 향후 약물 의존도와 의료 이용률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은 조기 진단과 개입이 필수인 만성질환이며, 비만대사수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 한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를 잘 선별하여, 수술 시기를 임상적 판단에 따라 최대한 조기에 설정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환자 중심의 소아청소년 다학제 평가 체계와 장기 추적 관리 모델이 소아청소년 비만대사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자녀가 고도비만이라는 생각이 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길 바란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