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펫휴머니제이션, 빛과 그림자

펫과 인간화를 합한 신조어
반려동물을 대부분 가족 일원으로 여겨
긍정측면도 좋지만, 인간식단 제공 등은 큰 위험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대 수의과대학 교수

 

펫휴머니제이션이란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은 펫(Pet)과 인간화 (Humanization)를 합한 신조어이다. 펫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대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펫휴머니제이션의 특징이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의 81.6%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비반려인들 중에서도 46.9%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긴다고 한다.

 

또한 미국수의학협회에서 실시한 '2022 반려동물 소유 및 인구 통계’ 조사에서도 반려인의 96%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생각하였으며, 그중 82%는 반려동물에게 생일 파티 열어 준다고 보고하였다.

 

펫휴머니제이션 경향의 배경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서로 의지하는 친구 또는 자식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펫휴머니제이션 경향을 설명하는 첫 번째 요소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 동물과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1인 가구들 에서 펫휴머니제이션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블러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등장도 펫휴머니제이션 경향에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 망서비스(SNS)에 사람들이 많이 작성하는 글 소재 중 하나는 자신의 반려동물과 관련이 있다. 종종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전용 계정을 만들기도 한다. SNS 특성상 자신의 반려동물을 남들에게 보여 주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옷도 입히고 좋은 것도 먹이고 여행도 함께 떠나는 등 마치 자식처럼 반려동물을 대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이 늘면서 동반 여행 또한 증가하는 추세로, 2024년 상반기 SNS를 통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언급량은 2021년 상반기 대비 3.3배 늘었다고 한다.

 

펫휴머니제이션의 긍정적인 측면

펫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 이상의 가족 구성 원으로, 심지어 대리 동반자로 대한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반려동물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 동반자 관계, 소속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유대감은 사람에게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펫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쳤으며, 반려동물 소유자가 반려동물을 위한 수의학적 치료, 예방 조치, 의료 치료 및 전반적인 웰빙에 접근하는 방식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였다.

 

대표적인 펫휴머니제이션의 하나인 반려 동물 보험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고 인간이 받는 돌봄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펫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종종 고품질의 천연 성분과 건강에 좋은 성분으로 만든 반려동물 사료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인공 첨가물, 방부제, 충전제가 없는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펫휴머니제이션의 부정적인 측면

사람 간식을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경우, 영국의 동물복지 자선단체인 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가 2018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약 60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사람이 먹는 식단의 일부인 치즈, 크리스프, 칩 등을 간식으로 제공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간식들은 반려동물에게 비만을 불러오고, 당뇨병과 심장병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 옷을 입히는 경우, 반려동물에 옷, 부츠, 모자, 선글라스 등을 착용시키는 패션 경향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몸에 끼는 옷은 반려동물의 피부를 손상시키거나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에게 착용시키 는 액세서리나 옷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려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는 반려동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하여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안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경우, 반려견에 목줄을 하고 걷도록 하기보다는 안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것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려견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근육을 늘리고 뼈를 강화하기 위해 걷고 뛰어야 하는데, 활동량이 부족하면 근육 약화, 비만 같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사람의 식단을 반려동물에게 적용하는 경우, 비건이나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를 반려동물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반려동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반려동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 요구 사항은 사람과 달라서,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필수적이다. 영양은 사람이나 반려동물 모두 건강의 기초이므로, 반려동물에게 적절한 식단을 찾는 것은 현재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비싼 반려동물 용품 열풍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펜디, 프라다 등 고가 브랜드들이 반려동물 관련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있는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펫휴머니제이션과 명품에 대한 수요, SNS가 맞 물리면서 고가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증가하고 있으며, 반려견과 함께 출입할 수 있는 카페나 음식점의 증가도 반려동물 용품의 고가화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용품은 결코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다. 펫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문화이다. 즉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과잉 소비나 무책임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는 상호 존중과 배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반려동물은 인간과 다른 욕구와 감정이 있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본능 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이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