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 수의과대학 교수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
2024년 9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 언론에 “연말쯤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내용은 지난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제2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0~2024년)’에도 포함된 바 있는데, 당시 정부는 2022년까지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동물복지위원회에 참여 중인 위원들 가운데 일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플랫폼인 ‘서치통’이 국민 616명을 대상으로 2024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과 반대 비율이 각각 50%로 팽팽하게 맞서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반려동물주의 책임감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가 63.96%, ‘반려동물 복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여서’가 19.48%, ‘사람에게 주민세를 부과하듯 반려동물도 세금을 붙이는 게 당연해서’가 16.23%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납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오히려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늘 수 있기 때문에’가 49.35%로 가장 많았으며, ‘지원은 없이 세금만 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에’가 37.99%,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가 10.71%로 조사되었다.
이같은 여론은 동물보호단체의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서는 응답자 93.3%가 반려동물 등록제를 일정 기간마다 신고해야 하는 ‘갱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71.1%는 ‘반려세’ 도입이 반려동물 양육자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반려세’로 적당하다고 답한 금액은 연간 22만 4000원이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유기 동물 관리 및 보호소 개선(54.3%)’과 ‘동물 학대 방지 및 구조(46.8%)’ 등 공익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반려동물 보유세 현황
반려동물 보유세 제도는 프랑스, 영국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요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폴란드, 체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메리카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싱가포르가 실시하고 있다.
최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또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 대부분의 나라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는 지방세인 경우가 많은데, 나라 안에서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는 지역과 걷지 않는 지역이 있기도 하여, 나라마다 반려동물 보유세 운영 방식에 차이가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주로 반려견에게만 보유세를 도입하고, 반려묘를 포함한 나머지 반려동물에게는 보유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과 캐나다처럼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에게 보유세를 도입한 곳도 많다. 부과 비율도 차이가 있어서 반려묘보다 반려견에게 높은 보유세를 도입하는 편이다. 이는 세금에서 발생한 기금의 목적이 대부분 반려견 복지를 우선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모든 지역에서 반려견 보유세를 징수하고 있으며, 보유세 이외에도 반려견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반려견 물림 사고 및 사유 재산 손상, 파괴로 인한 손해 배상은 모두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국과 캐나다는 반려동물 보유세 대신에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기 위한 조건인 펫 라이선스 제도를 운영하는데, 일반적으로 광견병 예방 접종을 비롯한 기본적인 검사를 거친 후 소유자에게 등록증 식별 번호가 발급되고 식별자가 적힌 태그와 등록기관의 연락처 번호도 함께 제공된다. 이에 따라 등록이나 갱신 시 보유세가 아닌 소액의 수수료가 부과되는데, 일부 주에서는 면제를 해 주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소유자에게서 직접 징수하는 대신 번식장과 사육업자, 펫 숍에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왜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으려 하는 것일까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로 인한 공공시설 관리와 환경 청결 유지를 위한 비용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유기를 방지하고 책임감 있는 반려 문화 조성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 반려동물 복지 향상과 동물 보호 정책에 쓰이며, 지역 사회의 안전과 공공 보건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거나 도입할 예정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및 논의 등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