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장애인 구강건강

장애인, 통상적으로 구강관리 제한적
일반인보다 치료시기 놓치는 등 문제 커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등 활역해 치료상담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학교실 교수, 서울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

 

구강은 우리 몸의 1차 소화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어 구강을 통한 영양 섭취가 어려울 경우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번 손상되면 원상태로 완벽하게 회복되기 어려운 구강 질환 특성상 꾸준한 관리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나 예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하면 구강 질환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

 

장애인의 구강 건강 문제

장애인의 경우 구강 건강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인 칫솔질을 포함한 일상적인 구강 관리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이나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칫솔질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구강 위생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어려워 치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구강 건강 문제를 일으켜 잇몸병, 충치, 입냄새등 여러 가지 구강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충치나 잇몸병이 있으면 음식을 제대로 씹기 어렵고, 발음이나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다. 이는 장애인의 전반적인 건강뿐 아니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므로 장애인의 구강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그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65만명이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장애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 중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한 협조도가 많이 부족한 경우 치과적 장애인이라 하는데, 신체적 장애에서는 뇌병변장애, 정신적 장애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환자가 대표적이다.

 

치과적 장애 환자와 중증 장애 환자의 치료

치과적 장애 환자는 신체·정신·의학적 원인으로 구강 건강 관리에 제약이 있고, 장애로 인해 통상적인 치과 치료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인지 능력의 제약으로 구강 질환에 따른 불편감 및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 가족이나 보호자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질환이 중증화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신체적 질환 치료가 우선이라 치과 치료는 뒤로 밀려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특히 중증 장애 환자들은 치과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적절한 곳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몸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움직이거나 고정된 자세가 어려워 일반 치과에서는 진료가 어렵고 비용 등의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적지 않다.

 

이 결과 등록장애인의 대부분이 구강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치아 상실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상당히 높아 20~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치과적 장애인의 경우 각 개인의 능력에 따른 개인 맞춤형 구강 관리가 필요한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칫솔질과 치실의 사용이다.

 

하지만 칫솔질만으로는 치아 우식과 치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막이나 치석 등을 제거하기는 어렵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치면 세마와 불소 도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을 위한 전문 치과 의료 기관

현재 우리나라 중증 치과 장애 환자를 위한 전문 치과 의료기관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여 설치한 17개 중앙 및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들 수 있다.

 

지역단체나 민간 의료기관 중에서도 장애인 전문 치과 진료 인력과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이 있다. 이들 기관에서는 장애인 전용 진료 공간을 두고 장애인 치료 전담 의사와 치과 위생사,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해 안전하게 전신 마취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구강 건강 교육과 상담 서비스 그리고 진료비 지원도 제공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치과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방문 치과 검진 및 삼킴 장애 같은 개 별상담서비스 제도는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 도입도 정책화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 관리를 넘어서 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증으로 악화된 구강 질환은 그들을 돌보는 가족이나 보호자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 가족, 돌봄 제공자, 의료 전문가 들이 협력하여 장애인의 구강 건강을 관리하고, 지원 체계를 확립하면 장애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됨은 물론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것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