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콘서타’는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이 아닙니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ADHD 치료제 오남용 심각
강남 학원가 10대 수험생들에게 많이 처방돼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해지고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을 보이는 정신 질환이다. 품절과 공급 중단 등으로 약 1년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한국얀센의 ADHD 치료제 ‘콘서타’ 공급이 최근 재개됐다.

 

그런데 이 약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오남용되면서 정작 이 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ADHD 치료제로 꼽는 콘서타(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다. 이 약을 공급하는 한국얀센은 지난해 4월부터 각 용량(18·27·36·54㎎)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원료 수급과 수요 증가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약의 성분으로 처방받은 환자 수는 2020년 14만3471명에서 2024년 33만7595명으로 급증했다. 4년 새 2배가 넘었다.

 

 

특히 지난해 10대 ADHD 환자 수는 10만8000여 명으로 전체의 32%에 달한다. 이들이 처방받은 ADHD 약은 3248만 정에 달한다.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 정상적인 건강보험 적용이 아닌 비급여로 처방·조제된 건수가 많다. 병·의원 처방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공부 잘하게 하는 약’,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수험생 영양제’ 등으로 광고·판매하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사례들도 다수 있다.

 

식약처는 “ADHD 진단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ADHD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10대 청소년 환자가 4년 사이에 2배로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고교생들이 인위적으로 집중력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10대 환자들의 ADHD 처방이 많은 지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교육열이 높은 곳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도 ADHD 치료약이 ‘공부 약(study drugs)’으로 잘못 알려지며 오남용이 사회문제가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ADHD 환자가 아닌 학생이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고 약을 복용하면 식욕 부진, 두통, 불면증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무분별한 ADHD 처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메틸페니데이트 부작용

 

ADHD 약은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정신과약물 분류상 ‘정신자극제’로 분류한다. ‘각성제’라고 부르기도 하며, 카페인처럼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카페인은 뇌에서 각성·경보 수준을 조절하는 ‘노르에핀에프린(NE)’과 의욕·동기부여를 조절하는 ‘도파민’ 분비를 늘려주는데, 이러한 뇌신경전달물질을 적당한 수준에서 늘려주면 몇 시간 동안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메틸페니데이트는 카페인보다 수십 배 이상 강력하게 노르에핀에프린과 도파민 농도를 올린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노르에핀에프린 농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심장에 부담이 갈 수 있다. 말초혈관을 수축하게 만들어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며, 불안, 긴장, 신경과민이 과도해지거나 식욕감소와 성장지연, 체중감소가 나타날 위험도 있다.

 

도파민은 공부의 의욕과 만족감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당량 분비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비량이 지나치면 마약처럼 환청,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약에 취해서 행동장애, 사고장애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 도파민이 없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메틸페니데이트가 없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돼, 마약처럼 메틸페니데이트를 찾게 되고, 불안 등 마약류 금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ADHD 환자는 전두엽 같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량이 적다. 이는 주의력, 집중력, 충동 억제와 관련 있는 뇌 기능에 영향을 주고, 부주의와 부적절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늘려주는 메틸페니데이트가 치료제가 될 수 있고, 그 부작용이 과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인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집중력을 더 높여서 성적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을 투여하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인들은 마약류에 해당되는 ADHD 약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여기고 복용해선 안 된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품으로 허가된 카페인 정도만 섭취해야 한다. 카페인도 내성과 중독성, 의존성이 있지만, 마약류만큼 강력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