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구강보건의 중요성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6월 4일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제79회 구강 보건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다. 올해 구강 보건의 날 슬로건은 구강이 건강해야 몸과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의미로 ‘우리 건강, 이 행복에서부터’로 정했다.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은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주고, 어릴 때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구강 건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수의사협회(AVMA)는, 3세 이상 반려견 80%와 반려묘 70% 이상이 치과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미국수의치과협회(AVDS)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치아 관리만 잘해 줘도 수명이 20∼30%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주요 구강 질환
반려견의 구강 질환은 구강염, 구내염, 치주 질환 등 다양하며, 주로 플라크와 치석 축적, 잇몸 염증, 입안 상처 또는 감염 등으로 발생한다. 이 질환들은 반려견에게 불편함과 통증을 주며, 심한 경우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려견 구강 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에는 구취, 잇몸 출혈 및 붓기, 치아 손실, 식욕 부진, 과도한 침흘림 등이 있다. 반려견이 앓는 구강염의 원인은 이물질에 의한 상처, 과증식된 구강 점막, 치아의 비정상적 위치나 개수 등이 있다.
구강염의 증상은 구취, 구강 내 통증, 식욕 부진, 출혈 등이다. 반려견의 구내염은 세균 감염, 치주염, 비타민 부족, 당뇨병, 신장병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대표적인 치주 질환에는 치은염과 치주염이 있는데,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경우를 치은염이라 하고, 잇몸뿐만 아니라 치아에도 염증이 있는 경우를 치주염이라고 한다.
치주염까지 진행되면 치아를 감싸고 있는 뼈인 치조골이 손상을 받고, 심해지면 치아가 흔들려서 치아가 빠질 수 있다.
반려묘가 앓는 구강 질환으로는 구내염, 치주 질환, 치아 흡수성 병변 등이 있다. 구내염은 치태나 칼리시바이러스(Calicivirus) 등이 주원인으로, 입냄새나 침 흘림이 심하고 사료를 잘 먹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치주 질환은 치아 사이에 사료나 음식물이 끼여 만들어진 치태가 점차 굳어져 치석이 되고 이 치석이 잇몸에 염증을 발생시킨다. 주요 증상은 입냄새와 함께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식욕 부진이 발생한다.
치아 흡수성 병변은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서 영구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파치 세포(Odontoclast, 상아질 파괴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영구치를 공격하여 잇몸 위쪽의 치관이나 잇몸 안쪽의 치근이 녹아 주변 치조골에 흡수되어 버리는 질환이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연구팀이 기존 연구 자료와 설문 조사를 통해 구강 질환이 있는 반려묘 8,115마리 중 수의사로부터 진정 상태에서 치과 검사 또는 수술을 받은 고양이 944마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마리(22.4%)가 치아흡수성 병변으로 진단을 받았으며, 특히 노령 반려묘의 경우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반려동물과 하는 입맞춤, 문제없을까
반려동물과 입맞춤을 한다고 해서 구강 내 세균이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건국대 수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반려견과 사람의 구강 내 환경은 전혀 달라서, 입맞춤을 통해 반려견의 입속 세균이 사람 입으로 옮겨 와도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많은 질병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입맞춤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데, 반려견과 반려묘의 침 속에 있는 캡노사이토퍼거 캐니모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가 사람의 입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 균에 감염되면 고열, 식은땀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반려견과 반려묘의 구강에 있는 포르피모나스(Porphyromonas)라는 세균이 사람에게 감염되면 충치, 잇몸 출혈 등 치주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반려동물의 면역력은 사람만큼 좋지 않아서, 사람의 입속에 있던 세균이 반려동물에게 전파될 경우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과의 입맞춤은 건강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구강 관리
반려동물은 스스로 구강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주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양치질을 해 주고 구강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비해 반려견은 7배, 반려묘는 3배 빠르게 치석이 쌓인다. 따라서 양치질은 반려동물에게 매우 중요하며 치주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강 관리 방법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양치질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여 거부감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 먼저 손가락에 치약을 짜서 핥게 하거나 칫솔에 페이스트 형태의 간식 등을 발라 먹
게 하는 등 칫솔과 치약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 치약을 사용해야 한다.
양치질은 앞니부터 시작해 잇몸 경계, 측면, 뒤쪽 이빨까지 꼼꼼히 해야 한다. 반려견의 양치 주기는 일주일에 3회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만, 반려묘는 1일 1회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치석이 심하거나 구강 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을 지키는 최선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