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영국 대법원이 16일 “성전환 여성을 영국의 평등법이 정의하는 ‘여성’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법적 평등 사안에서 사람의 성별은 남자와 여자 둘뿐이라는 것이다.
판결은 판사 다섯 명의 만장일치로 내려졌다.
영국 대법원은 판결에서 “2010년 평등법에서 ‘여성’과 ‘성’(sex)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여성과 생물학적 성을 의미한다”며 “평등법에는 ‘생물학적’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생물학적 차이는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며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남성과 여성은 그들이 속한 성별 집단과 공유하는 생물학을 통해 구분된다”고 밝혔다.
영국 평등법(Equality Act)은 2010년 제정된 영국의 반(反)차별·양성 평등법이다.
이 판결로 영국서 여성으로 인정하는 인증서를 가졌더라도 성전환 여성은 법적 평등 사안에서 여성으로 간주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대법원의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과 같은 흐름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당일 “주관적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 후 “항상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 단일 성별 공간의 보호를 지지해 왔다”며 “이번 판결은 여성과 병원·보호소·스포츠 클럽과 같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명확성과 확신을 가져다준다”고 논평했다.
대법원 판결은 영국 내의 화장실이나 병원, 감옥, 체육 시설과 같은 남녀별 분리 시설 사용 문제와 성별 권리 사안에서 실질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젠더 인권 확대를 주장해 온 쪽에서는 “트랜스젠더를 법률적으로 배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여성 단체는 “성별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한 것이 법률 취지에 부합한다”며 환영했다.
대법원은 다만 “이번 결정으로 특정 집단이 승리하고 다른 집단이 패배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서 “성전환자도 여전히 다른 법률에 의해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성전환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받는다면 그에 따라 차별 피해를 주장할 수 있고 특히 어떤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가 아닌 단순히 여성으로 ‘보이기 때문에’ 불리하게 대우받았다면 이는 직접적인 성차별로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스코틀랜드 의회의 분란에서 시작됐다. 2018년 스코틀랜드 지방의회는 스코틀랜드 내 공적 기구 이사회에서 여성 대표가 50%를 차지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엔 성전환 여성도 여성에 포함됐다.
그러자 여권 단체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하여(FWS)’가 여성을 재정의하는 것은 의회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 법의 합헌성을 문제 삼았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낸 이 여성 단체를 지원한 사람 중에 ‘해리 포터’ 작가 J.K. 롤링이 포함되어 있다. 롤링은 이 단체의 소송에 수만 파운드를 기부했다. 그는 성전환으로 여자가 된 사람의 권리를 위해서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권리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