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가슴이 뻐근하고 쓰리다. 마른기침이 몇 주째 이어진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쉰 목소리가 잘 돌아오지 않는다. 감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한 가지 질병을 떠올려봐야 한다. 위식도 역류병이다.
우리가 음식을 삼키면 식도 아래쪽의 하부식도괄약근이 열렸다가 바로 닫힌다. 음식이 위 속에만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괄약근이 느슨해지거나 제 기능을 못 하면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한다.

위에 열거한 증상은 위산이 식도로 거슬러 올라와 점막을 자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가슴 쓰림과 신트림, 속쓰림은 대표적 증상이다. 특히 공복 기간이 길어질 때 속이 불편하거나, 새벽이나 늦은 저녁 등 특정 시간대에 증상이 발생한다면 위식도역류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식도는 원래 위산을 견디는 구조가 아니다. 위산이 자주 역류하면 식도 점막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긴다. 식도염이다. 심해지면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 식도의 세포가 변형되는 바렛 식도, 드물게는 식도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400만 명 이상이 이 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흔했던 질환이 한국인에게도 보편화된 것이다.
식도괄약근이 약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만·과식·야식, 기름진 음식, 커피, 술, 탄산음료 마시는 습관, 임신·노화, 복압을 높이는 조이는 옷, 무거운 물건 들기 등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위산분비억제제를 투여해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보통 8~12주 동안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를 투여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위식도역류질환이 맞는지 아니면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인지 감별이 필요할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재발이 잦은 만성 질환의 성격을 갖는다. 약물치료 후에도 유지 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1년 내 50~80%가 재발하는 만큼, 일정 기간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체중 관리는 필수다. 체중을 10% 정도 감량하면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이 2배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식, 고지방식, 카페인·알코올 섭취는 피하고,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짜장면, 짬뽕, 라면, 피자, 도넛 등은 한국인에서 증상을 자주 유발하는 식품이다.
튀김이나 전처럼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법보단 구이, 찜 등 기름 사용량이 적은 방법으로 조리하는 게 좋다. 육류는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나 갈비 대신 담백한 살코기 위주로 선택한다.
아래 다섯 가지만 유념해도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1. 식사 후 최소 2시간은 눕지 않기: 누우면 위산이 중력 반대 방향인 식도로 쉽게 역류한다.
2. 밤늦게 먹는 습관 고치기: 야식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위에 오래 남아있게 한다.
3. 커피·탄산·술·오렌지 주스 줄이기: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든다.
4. 잠잘 때 상체를 약간 높이기:머리만 높이면 소용없다. 상체 전체를 살짝 기울이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5. 조이는 옷 피하기:보정 속옷이나 벨트, 복대를 오래 착용하면 배 안 압력이 올라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