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이런 병, 저런 병] <34>김혜경 여사가 진단받은 이석증은?

이석 입자가 이탈해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발생
극심한 어지럼증 호소...물리치료로 바로 호전
완경 후 50∼60대 여성에게 많이 발병
작년 진료 인원 50만 명...재발이 문제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는 지난달 29일 갑작스레 이석증 진단을 받으며 다음 날 예정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하지 못했다.

 

대통령 주치의 박상민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오른쪽 귓속 돌 이석의 이상으로 생기는 이석증으로 확인돼, 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치료와 약 처방을 했다. 증상은 많이 호전됐지만, 낙상 위험 때문에 며칠간 안정이 필요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석증은 귀 안쪽의 평형기관에 있는 이석이라는 칼슘 결정 조각이 제자리를 이탈하여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석증이 생겼을 때 특정 방향으로 몸이나 머리를 움직이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증을 겪게 된다.

 

이석은 귓속에 수만 개가 있다. 몸이 앞뒤,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기울어질 때 이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석증은 생각보다 흔하다. 누구나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6%에 이른다. 특히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3배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50대 이후 여성들이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골다공증 때문에 뼈가 약해지면서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이 저절로 빠져나오거나 녹아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적으로 나아지는 데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그때까진 어지럼증과 구토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석증으로 진단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석증 치료는 어렵지 않지만 재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석은 하나의 돌이 아니라 작은 입자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시 떨어질 수도 있고, 골밀도가 낮아 이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치료는 고개를 여러 각도로 천천히 돌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치환술’ 또는 ‘체위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대부분 1~2회의 시술로 즉각적인 증상 개선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시술 후에도 이석의 잔여물이 떨어져 있다면 어지럼증이 일정 기간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진정제나 진토제를 사용하면 어지럼증과 구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뿐 근본적인 치료는 물리치료다. 치료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2~3일간 머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생활 유지가 권고된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유발하지만 청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평소보다 오래 지속될 때, 또는 신경마비 같은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되면 단순 이석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이 경우 뇌졸중,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처럼 더 심각한 질환이 아닌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이석증을 일으킬 수 있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햇빛을 쬐는 야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석증 환자는 지난 5년 사이 25%나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석증(양성 발작성 현기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총 49만4,418명이다. 2019년에 비해 약 25%, 10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여성이 35만 명으로 70% 이상이었고, 여성 중에서도 50∼60대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