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분류

[Love&Sex] <42>사후 피임약, 왜 의사 처방이 필요할까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고 싶지만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게 싫어서 병원을 찾는 걸 고민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사후 피임약은 일반 의약품이 아닌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구입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후 피임약에는 일반 피임약의 약 10배에서 15배에 달하는 고농도 호르몬이 들어 있다.

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에 일시적으로 ‘폭탄’을 던지는 것과 비슷하다. 강제로 배란을 지연시키거나 자궁 내막을 변형시키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심한 구토, 어지럼증, 부정 출혈, 생리 주기 교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기저 질환이나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한다.

 

사후 피임약은 말 그대로 ‘긴급 상황’을 위한 수단이지, 상시적인 피임 방법이 아니다.

사후피임약은 ‘마법의 약’이 아니다. 복용 시점에 따라 성공률이 크게 달라지며, 이미 배란이 일어난 후라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자주 복용하면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여 피임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처방 과정 없이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몸에 무리가 가는 줄 모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여성의 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

 

사후 피임약은 종류에 따라 72시간 이내에 먹어야 하는 약과 120시간 이내에 먹어도 되는 약으로 나뉜다. 의사는 마지막 성관계 시점, 현재 생리 주기상의 위치 등을 계산하여 가장 효과적인 약을 선택해 준다. 또한, 이미 임신이 진행된 상태에서 복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므로 이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요약하면, 사후피임약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고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의사의 진단과 처방 아래 안전하게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피임약의 작동 원리는 난자가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고농도의 호르몬이 투입되면 우리 몸은 “어? 이미 호르몬 수치가 높네? 지금은 배란할 때가 아니구나”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를 통해 배란을 며칠 뒤로 미뤄서, 이미 들어온 정자가 난자를 만나지 못하고 수명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자궁경부의 점액을 끈적끈적하게 변화시켜 정자가 자궁 안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통과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만약 이미 수정이 되었다면, 수정란이 자궁벽에 뿌리 내리는(착상) 것을 어렵게 만든다. 자궁 내막의 상태를 변화시켜 수정란이 착상하기 부적절한 환경으로 급격히 바꾸는 것이다. 이미 착상이 완료된 상태(임신 확정)라면 사후피임약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사후피임약은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플랜 B(Plan B)' 같은 제품을 처방전 없이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지만, 한국은 오남용을 우려해 여전히 모든 사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간혹 인터넷에  '처방전 없이 샀다'는 후기가 보이는데 이는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일반 피임약을 여러 알 한꺼번에 복용하여 사후피임 효과를 내는 '유즈피(Yuzpe)법'으로, 성공률이 낮고 부작용이 심해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  불법이지만 해외직구로 사면 가짜약의 위험이 있고 배송기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사후피임약은 모두 비급여(보험 적용 안 됨) 항목이라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 각각 발생한다.

 

72시간용으로는 노레보원, 포스티노 등이 있고, 120시간용으로는 엘라원 등이 있다. 두 가지 다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높다. 진료비와 약값을 합해 보통 3만~6만 원의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