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복귀 여부 상관없이 행정처분 ‘철회’

‘의사 불패’ 신화 다시 입증
정부, ‘엄정대응’ 원칙 뒤집어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어떠한 행정 처분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하반기에 전공의로 복귀하면 수련 특례를 적용해서 추가로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복귀 시 처분 중단’에서 한 발 더 물러나 복귀 여부를 아예 따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의료공백이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결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복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련 특례도 제시했다. 복귀했거나, 사직 후 올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는 ‘1년 내 동일 진료과 동일 연차 응시’가 가능하도록 지침을 완화했다. 또,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게 추가 전문의 시험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 병원 전공의 1만 3천여 명 중 7.9%만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 병원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차질 없게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와 결원을 15일까지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이탈자와 미이탈자 사이의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난달 행정명령 철회에도 불구하고 복귀 또는 사직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아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조치는 의사들은 불법 집단행동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사 불패’ 신화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 됐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개혁이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사례를 들면서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엄정한 대응을 강조해왔다.

 

정부가 비판을 감수하고 모든 전공의의 행정처분을 철회하는 유화책을 내놨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당장 환영을 표시하지 않았다.

 

전공의들은 당초 정부의 명령이 부당했으므로 전공의 복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공의들은 정부 방침을 대화 시작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빅5 대형병원에서 수련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B씨는 연합뉴스에 “전공의들 반응은 대부분 심드렁한 편이다. 애초에 정부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을 했으니 그걸 안 한다고 한들 우리한테 크게 와닿는 건 없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정부의 사과다”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정부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서울 빅5 병원 C 교수는 연합뉴스에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복지부 입장은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무리한 의대 증원과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복지부 마음대로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별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