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성장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일명 ‘키 크는 주사’라고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관심이 많다.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를 과도하게 설명하거나, 치료를 적극 권유하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나오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여러 부작용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주사제 처방 건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4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경우에도 많이 처방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순히 키가 작다는 이유로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는 것은 치료 효과가 명확히 입증돼 있지 않다. 키가 하위 3% 미만에 해당하는 특발성 저신장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해볼 수는 있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정상적으로 키가 크고 있는데도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을 경우 혈당 수치 상승이나 갑상선 이상, 두통, 발진, 구토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렴이나 발작, 척추측만증 같은 중대 부작용도 지난해만 113건 확인돼 3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가장 대표적 부작용은 혈당 상승이다. 성장호르몬은 항인슐린 효과가 있어 혈당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기 시작한 이후에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해야 한다.
암 등 종양과 관련된 질환이 있을 경우 성장호르몬주사를 맞으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으므로 관련 질환이 없는지 확인 후 주사해야 한다. 또 선천적으로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가진 아이라면 체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관절통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기 전에는 정밀 검사가 필수다. 지난 몇 년간의 성장 속도와 출생 시 또는 과거 병력을 조사하고 현재의 나이에 비해 키가 현저히 작으면 성장호르몬 분비 문제를 의심해 호르몬 검사를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 등 이유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주사제 치료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정상적으로 사춘기 전이라면 1년에 5~6cm 정도 키가 자라는데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는 아이들은 2~3cm 정도밖에 자라지 못한다.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키만 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고 몸의 체지방량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저신장 아이를 대상으로 2~3년 이상 투여 시 5cm 이상의 키 성장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가 아니라 ‘저신장 치료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2~3년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1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도 나왔지만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성장호르몬 주사 비용은 한 달에 약 70~80만 원 선으로 비싸다. 보험이 되지 않지만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고 키가 동년배의 하위 3% 이내이거나, 만성신부전증과 터너증후군 등 성장이 지연되는 질환을 가진 경우엔 보험이 적용돼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맞을 수 있다.
키 성장이 정상 범주에 있는 경우엔 성장호르몬 주사제보다는 수면, 운동 등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적절한 영양 등이 더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약 60년 전인 1958년에 미국의 모리스 라벤 박사의 연구 결과가 처음인데 그는 성장호르몬을 주사로 투여하는 것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키가 작은 소아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 사용한 성장호르몬은 사람의 뇌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이후 198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 생산에 성공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여러 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 1985년 처음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인한 저신장 소아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