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경원 서울의과학연구소 진단검사의학전문의
임질이란
임균은 성병인 임질을 유발하는 커피콩 모양의 세균으로 1879년 처음 확인되었다. 임균은 성행위를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성 매개 감염병인 임질은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남성에게는 주로 급성 요도염을 일으키고 드물게는 부고환염, 급성전립선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킨다.
여성에게는 주로 자궁경부 감염을 일으키는데, 골반염증질환이나 불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20년에 새로 보고된 임질 환자 수는 약 8,200만 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질 환자가 2016년에 3,615명, 2020년에 2,199명 보고되었으나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균에 의한 인두염(인두 임질)
임질은 감염된 사람의 비뇨생식기나 항문에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 이렇게 임균에 감염된 비뇨생식기나 구강에 입을 접촉하면 인두에도 임균이 전파될 수 있다. 인두 임질은 1967년 남성 동성애자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다.
1985년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보고된 연구에서는 다섯 가지 사례의 인두 임질을 국내 최초로 보고하였고, 2024년 노경호 등의 연구에 따르면 요도염 환자 59명 중 41명의 요도에서 임균이 검출되었으나, PCR 검사로 확인한 결과 18명에게서는 인두에서도 임균 유전자가 나왔다.
이는 단순히 요도 검사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두 임질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이를 확인하는 정확한 검사 방법과 적절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 환자는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인후염 소견을 보일 뿐이어서 구강성교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인두 임질을 의심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우려도 있고, 항생제 내성 문제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좀 더 정확한 관리가 필요하다.
인두 임질의 진단을 위해서는 인두 검체를 직접 도말한 염색 표본은 적당치 않으며, 배양과 핵산검출법을 이용할 수 있는데 민감도가 높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임균 유전자 검출방법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생제 치료가 가능할까
인두 임질 치료는 성기 임질이나 항문 임질보다 어려워 아직도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는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의 치료 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의 자궁경부, 요도, 직장 혹은 인두의 임질 치료를 위해 세프트리악손 1회 주사를 권한다.
그러나 WHO 2017~2018년 보고에 의하면 조사 참여 68개국 중 21개국에서 세프트리악손에 대한 감수성 저하나 내성인 임균을 보고하였다.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세프트리악손 대신에 아미노시클리톨(aminocyclitol)계인 스펙티노마이신(spectinomycin)도 임질 치료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항균제는 인두 임질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인두 임질의 예방을 위해서는 임균에 감염된 구강이나 비뇨생식기에 입을 접촉하지 말아야 하며, 임균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성교 시에는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