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병에 시달렸던 철학자..니체의 비밀

"신은 죽었다" 매독으로 편두통에서 정신질환까지.. 55세 사망
매독 고통 속에 인간에 대한 성찰의 위대한 사상가
매독으로 인한 치매와 뇌졸증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신은 죽었다.”라는 명구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다. 니체는 이 말을 통해 단순히 종교상 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서구 사회에서 기독교적 가치와 절대적 도덕이 더 이상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는 철학자이자 음악가였으며 또한 시인이 었다. 그가 철학 분야에 남긴 영향은 매우 컸다. 하지만 그런 그도 편두통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1889년부터는 심각한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이다 55세에 사망하였다. 그가 저술을 포함한 학술 활동을 못 하게 된 것은 45세부터다.


시대를 관통한 천재를 정신질환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일까? 종국에는 미쳐 버린 사람의 저서에 현대 철학자들은 왜 찬사를 아끼지 않을까?


그는 20대 초반인 1866년에 성병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으며, 이후 만성적인 통증과 신경성 질환에시달려 병가를 반복하다 결국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두통, 사지의 통증, 우울증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때로는 모리츠 성자의 성수에 의지하는 종교적 행위로 고통을 달래려 하기도 했다. 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생생히 드러난다.


“나는 절망에 빠졌네, 통증은 내 삶과 의지를 무참히 짓밟아 놓았어. 내게 지난여름 몇 달 동안이란! 나의 신체적 고통은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만큼이나 무수히 많고 여러 가지로 일어났다네. 전기적 방전이 일어나듯 극심한 고통은 나를 움켜쥐거나 꼼짝 못 하게 하네. 꼭 죽을 것만 같아 의사를 다섯 번이나 불렀다네. 어제도 이번이 마지막이길 원했지만, 허사였네. 영원히 청명한 하늘이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 나의 하늘은 어디에 있겠는가?”


니체는 대체 어떤 병에 시달렸기에 극심한 고통과 정신병 발작을 보인 것일까? 그의 생을 아는 독자라면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는 ‘매독(syphilis)’에 걸렸으며, 매독의 전형적 진행 과정을 거치면서 신경이 하나둘 손상되며 고통을 겪었고, 뇌세포 소실로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병 증상을 보였다. 


1905년 프리츠 샤우딘과 에리히 호프만이 매독균을 발견한 후 병의 원인에 대한 의문은 사라졌지만, 감염에 따른 위험성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예컨대 193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인구의 약 10%가 평생 한 번쯤은 매독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는 당시 보건 당국의 우려 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등장하면서 매독으로 인한 의학적, 사회적 재앙이 거의 근절되었고,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감염률이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제1기에 해당하는 초기 매독 환자는 대부분 경미한 피부병 증상만 보이다가 약 10% 환자군에서 제3기 매독으로 진행하는데, 제3기 매독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임상적 현상 중 대표적인 것이 신경 매독이다. 급박한 병증 변화 때문에 피부과 의사부터 신경과 의사, 정신과 의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임상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병은 결국 모두가 두려워하는 치매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니체가 살던 시대에는 이 모든 것들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통증 발작, 수면 장애 및 정서 불안정 상태로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며, 당시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수은을 복용하였다. 니체는 이 고통의 시기에도 자신만의 위대한 철학을 완성한다. 이후 그는 정신병증을 동반한 인지 장애, 즉 치매에 서서히 빠져들다가 결국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우리가 지금 니체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어떤 학자가 위대한 이론을 발표한다고 해도 그가 매독에 걸렸고,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였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그가 학자로서 세상에 미친 영향력과 상관없이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우리는 병에 맞선 니체의 투쟁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의 고통과 정신병 상태는 인간에 대한 처절한 통찰로 이어졌다. 병에 지지 않고 그 고통을 인간 내면의 세계를 보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에게 아픔이 있었기에, 그리고 병의 노예가 되었기에 그의 철학이 약자와 강자, 주인과 노예의 철학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말년에 더 이상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가 펼치고자 했던 철학의 기저에 병과 고통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고통에 대항한 니체는 철학자 이전에 위대한 인간임이 틀림없다.


니체의 비밀은 그가 병에 걸렸던 것이 아니라, 그 병을 이겨 내고자 했던 의지에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삶을 철학적으로 통찰한 이 위대한 사상가도, 결국은 병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매독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매독이나 그 감염 과정을 미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위대한 철학자가 앓았던 병이라 해도 그 병 자체가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중에 에이즈나 매독 같은 감염병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병 감염에 대한 경각심 또한 필요하다. 건강한 삶은 올바른 정보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