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낮잠의 건강학...낮잠이 주는 효과는?

심혈관 질환 발병 크게 낮춰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면역력‧기억력 강화
오후 3시 이전에 20분 정도가 적당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우리나라는 낮잠 문화가 없다. 그러나 스페인을 위시한 남미 국가에는 ‘시에스타’(Siesta)라는 낮잠 전통문화가 있다.

 

우리 몸은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뇌 활동으로 나오는 부산물인 아데노신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데노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축적된다. 일정량 이상 쌓이면 뇌가 피곤하다고 느끼게 졸음과 피곤함이 찾아온다. 이때 잠깐의 낮잠은 아데노신 수치를 줄인다.

 

낮잠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는 그동안 적지 않게 발표됐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는 2019년 스위스 로잔대 연구다. 연구진은 성인 35~75세 3,462명의 낮잠 패턴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을 약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48%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낮잠이 어떻게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줄이는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낮잠이 혈압을 낮춰주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아스클레피온 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 49분 정도의 낮잠을 잔 사람들은 낮잠을 자지 않은 사람보다 24시간 평균 수축기 혈압이 5.3㎜Hg 낮았다. 고혈압약만큼 혈압이 낮아진다는 결과다. 혈압이 낮아지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국 항공 우주국 나사(NASA)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승무원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하루 20분 규칙적인 낮잠을 자게 하고, 대조 그룹은 평소처럼 지내도록 했다. 연구 결과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그룹의 업무 집중력과 수행 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낮잠의 건강상 효과

 

낮잠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는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낮잠은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낮잠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의 휴식을 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낮잠은 면역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수면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낮잠은 잠깐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일 자를란트 대학 연구팀은 약 45분간의 낮잠이 기억력을 최대 5배 정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새롭게 배운 정보를 저장한다.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는 해마가 얻은 정보들을 장기 기억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효과는 특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교 연구진은 하루 90분 정도의 낮잠이 청소년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기적인 낮잠은 뇌 수축을 예방하며 뇌의 부피를 확대시켜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낮잠은 당뇨병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이는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낮잠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낮잠은 체중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은 식욕을 증가시키고,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낮잠을 자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낮잠은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영국의 유명한 수면 생리학 전문가 가이 메도우스 박사는 하루 10~20분 정도의 낮잠은 집중력을 높여 실수할 위험을 줄이고 업무 효율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낮잠의 이상적 시간은?

 

낮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낮잠은 오후 2시나 3시 이전에 20분 정도 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오래 자더라도 90분은 넘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시간대는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떨어지는 시간으로, 낮잠을 통해 재충전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지나치게 긴 낮잠은 뇌를 수면 시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휴면기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다시 몸을 일으키고 깨어나기까지 컨디션이 더 나빠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낮잠이 수면 패턴을 방해해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낮잠은 매일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서 자는 게 좋다. 자고 일어난 후에는 목과 어깨 근육을 부드럽게 스트레칭 해주면 몸이 경직되는 것을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