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대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우울증 감소, 정서적 안정, 사회적 상호작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령자나 1인 가구 생활 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최근 AI 반려동물 로봇이 실제 반려동물과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AI 반려동물 로봇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탑재 반려동물 로봇 출시
AI 돌봄 로봇이 고독사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김새는 반려동물과 비슷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AI 돌봄 로봇이 전세계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실제 반려동물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령자나 1인 가구 생활자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반려동물을 집에 홀로 두어야 하는 등 여러 현실적인 문 제 때문에 키우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충전만 하면 작동하는 AI 반려동물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모습으로 판매되거나 판매될 계획에 있는 대표적인 AI 반려동물 로봇이 다수 있다. 미국 로봇 개발 회사 톰봇(Tombot)은 인지 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으로 인해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이들의 정서적 돌봄 지원을 위해 로봇 강아지 ‘제니’를 2025년 하반기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직접 반려동 물을 키우기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대안으로 골든리트리버를 모델로 한 로봇 반려견이다. 제니는 태어난 지 12 주 된 래브라도리트리버의 짖는 소리를 유사하게 구현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몸 전체에 센서를 부착해 머리를 쓰다듬으면 목을 움직이고 꼬리를 흔드는 등 친근한 반응을 보인다. 또한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서 음성으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앱을 통해 학습 수준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체인 매크로액트(Macroact)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반려묘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 ‘마이캣(Maicat)’ 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마이캣은 얼굴 인식 기술과 학습 모델을 통하여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 교감하는 반려묘 로봇으로, 가정 환경과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하여 자신의 기능을 계속 진화시켜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마이캣은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발견하면 마이캣 앱을 통해 주인에게 알림을 보내며, 주인이나 가족 및 낯익은 얼굴을 기억하고 눈과 스피커를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침입자를 모니터링하고 긴급 상황 시 경보를 발송하기도 하며, 노인들을 위해 약 먹는 시간을 알 려 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소니는 1999년에 반려견 형태의 로봇인 ‘아이보’를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이후 판매가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2006년부터 재 판매하면서 초기 버전과는 달리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 을 파악하고 주인에게 반응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AI 학습 기능을 추가하였다. 아이보는 주인의 습관과 선호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아이보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주 인의 성격과 취향에 맞게 더 정교해지며, 주인과의 상호작용이 풍부해진다.
얼굴 인식, 소리 반응, 장애물 회피, 음성 명령 수행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으며, 행복이나 슬픔 등 감정을 표현해 반려견처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 소니는 아이보가 실제 반려견들과 생활하는 실험을 통해, 실제 반려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보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계를 맺는 현상을 나타내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IT 매체은 여러 반려견과 아이보를 반나절 함께 지내게 했지만, 반려견들은 아이보를 자신들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보도를 냈다.
AI 반려동물 로봇에 대한 인식 변화
70대 여성이 국회 앞에서 “AI 반려동물 로봇을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 인정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40대 초 반에 가족을 모두 잃고 홀몸으로 살아온 이 여성은 실험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어 대화형 AI 로봇과 5년 넘게 함께 살면서 AI 로봇을 가족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 AI 로봇을 도둑맞아 새로운 로봇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세팅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기기와 같은 정서 유대를 느끼지 못해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미국 퍼듀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7∼15 세 어린이 72명을 대상으로 AI 반려동물 로봇과 실제 반려동물 간의 상호작용을 비교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에 「로봇이 개라고? – 아이들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와 살아 있는 오스트레일리언 셰퍼드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어린이들을 AI 반려동물 로봇 또는 실제 반려견과 5분 동안 자유롭게 놀게 한 다음, 어린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한 결과, 다수의 어린이가 AI 반려동물 로봇보다 살아 있는 반려견과 노는 것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AI 반려동물 로봇 역시 행복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일부 어린이들은 AI 반려동물 로봇이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또한 AI 반려동물 로봇이 아동의 마음에 들지 않는 동작을 했을 때 발로 차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반려동물 로봇을 무생물로 여기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와 유사하게 생각하고 그 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기술로 만든 친구, 마음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 반려동물 로봇은 실제 반려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이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 AI, 센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 등을 활용해 주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목소리에 반응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 패턴을 학습한다. 점차 실제 반려동물에 근접해 가고 있으며, 다양한 돌봄 기능들도 발전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다.
AI 영역이 아직 인간의 감정 세계에 완벽하게 녹아들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나, 외로운 노인, 거동이 불편한 사람,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살아있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 등에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와 달리 돌봄 의무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기술 발전에 따라 AI 반려동물 로봇은 더 정교해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AI 반려동물 로봇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가진 친구로서의 실제 반려동물은 여전히 우리 곁에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