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제인 버킨이 들었던 1호 버킨백, 경매서 130억원에 팔렸다

40년 전 에르메스가 버킨 위해 만든 첫 번째 버킨백
가방 경매가로 단연 최고...일본 개인이 낙찰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적 럭셔리 제품인 ‘버킨백’ 1호가 경매에서 130억 원대에 낙찰됐다. 핸드백 경매 사상 단연 최고가다.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가수 겸 배우 고(故) 제인 버킨이 40년 전에 실제 들었던 최초의 버킨백이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985년 에르메스가 제작한 이 가방이 수수료 등을 포함해 총 860만 유로(약 138억1600만 원)에 낙찰됐다.

 

순수 낙찰가는 700만 유로(약 112억4300만 원)다. 일본인 수집가가 최종낙찰자로 알려졌다. 이 낙찰가는 핸드백 경매 사상 최고가인 에르메스의 켈리 백 ‘히말라야 켈리28’이 기록한 51만3040달러(약 7억530만 원)를 경신했다.

 

 

이 가방은 경매에서 팔린 전체 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2번째로 고가로 기록됐다. 최고가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루비 슬리퍼다. 2024년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3250만 달러(약 448억 원)에 팔렸다.

 

경매에 나온 이 1호 버킨백에는 사연이 있다.

 

1985년 제인 버킨과 당시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였던 장 루이 뒤마는 우연히 비행기 1등석 옆좌석에 앉게 됐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다 버킨이 “에르메스에는 젊은 엄마가 필요한 물건들을 넣을 만한 큰 가방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좌석에 비치된 구토 봉투에 직접 가방 디자인을 스케치해 주었다.

 

뒤마는 버킨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그만을 위한 넉넉한 크기의 토트백을 만들어 선물했다. 이어 버킨의 동의를 받고 해당 디자인을 반영한 가방을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후 이 가방은 ‘버킨백’으로 불리며 최상류층의 명품백으로 크게 성공한다.

 

이 오리지널 버킨백에는 다른 제품들에는 없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앞면 덮개에는 버킨의 이니셜 ‘JB’가 새겨져 있고, 일반 버킨백과 달리 금속 고리로 닫혀 있으며, 어깨 끈을 분리할 수 없고 숄더 스트랩에 작은 은색 손톱깎이가 매달려 있다.

 

버킨은 이 가방을 1985년부터 1994년까지 매일 착용했다고 한다.

 

버킨은 이 가방을 1994년 에이즈 자선단체 기금 마련을 위해 판매했다. 이 가방은 2000년 다시 경매에 부쳐졌으며 이후 인스타그램 아이디 ‘카트린 B’를 쓰는 수집가가 소장해 왔다. 소더비는 이 수집가가 가방을 내놓은 사실을 확인했다.

 

에르메스 가방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재판매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버킨백은 충성 고객들에게만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약 1만 달러(약 1380만 원)부터 시작한다.

 

버킨은 영국 런던 태생으로 22세 때 프랑스로 건너와 가수, 배우로 활약했다. 1960∼1970년대 런던과 프랑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2023년 7월 뇌혈관 질환으로 프랑스 자택에서 사망했다.

 

프랑스의 국민가수이자 젊은이의 우상인 세르주 갱스부르와 13년간 동거하면서 같이 앨범도 냈고,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두었다. 샤를로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배우다.

 

버킨은 2004년, 2012년, 2013년 내한 공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