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 10년 만에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남녀 청소년 접종’이 드디어 실현됐다. 그동안은 여성청소년에게만 무료 접종을 했다. 내년부터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문제는 그동안 의학계에서 꾸준하게 주장해왔다. 선진국은 거의 예외 없이 남성 청소년에게도 국가가 백신을 무료접종하고 있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도 무료 접종국이 수두룩하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도 예산안에 청소년 인플루엔자 백신 예산을 올해 500억 원에서 10%가량 늘어난 546억 원, HPV 예방접종은 210억 원에서 303억 원으로 각각 증가 편성됐다.

이에 따라 2014년생 남아 22만 명이 내년에 HPV 백신을 무료로 맞게 된다. 접종 백신은 4가지 고위험 HPV 감염을 막아 주는 4가 백신으로, 접종 시기는 2~3분기로 예상된다.
주로 성접촉으로 감염되는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항문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 위협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현재는 12~17세 여아와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무료로 국가가 접종하고 있다.
최근엔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도 HPV 감염 백신이 중요해지고 있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를 제외한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샘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흡연과 음주가 주원인이었으나 근래 남성에서 ‘HPV 양성 두경부암’ 발생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의학계는 HPV 접종 확대가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4가 백신보다 고품질인 9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 중 33개 국이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9가 백신은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형 등 9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해 4가 백신(6, 11, 16, 18형)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9가 백신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HPV 관련 암 및 질환을 최대 96.7%까지 예방하며 4가 백신 대비 20% 이상 추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남성청소년 접종 시 어떤 효과가?
남성 청소년에게 HPV 백신을 접종하면 본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방역망을 강화하는 두 가지 측면의 효과가 있다.
HPV는 남성에게 발생하는 항문암, 구인두암(두경부암의 일종), 음경암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전염성이 강하고 재발이 잦은 생식기 사마귀(곤지름)를 예방하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성 불임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HPV는 주로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 남성이 백신을 맞으면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차단되어, 접종하지 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률까지 낮추는 ‘상호 보호 효과’가 극대화된다.
질병관리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 확대 접종이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외국 사례 및 글로벌 추세
이미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남녀 모두에게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성중립 접종(Gender-neutral vaccinatio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OECD 국가 현황: OECD 38개국 중 33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이 이미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여성 NIP(국가필수예방접종)를 도입한 후, 2013년에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했는데 현재 호주는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이 퇴치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발생률이 급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접종을 시행한 이후 백신에 포함된 HPV 유형의 감염률이 90% 가까이 감소하며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도 감염률이 크게 떨어지는 집단 면역 효과가 확인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