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40세 넘으면 꼭 검사해라

뇌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
한 번 터지면 사망률 50%...살아도 후유증 커
평소에는 무증상, 이때 조심해야
고혈압, 흡연, 음주, 가족력, 동맥경화 등이 원인
폐경 이후 여성에게 발병 많아

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2022년 5월 배우 강수연씨가 잠을 자던 중 사망했다. 사인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뇌동맥류(腦動脈瘤, cerebral aneurysm)는 뇌혈관(동맥)의 벽이 약해져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한자 ‘瘤’는 ‘혹’이라는 뜻이다.

 

동맥의 벽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부 부위가 선천적·후천적으로 약해지면 혈압에 의해 그 부분이 점점 늘어나 주머니(혹)처럼 된다. 주로 뇌혈관이 갈라지는 분지점에서 잘 생긴다.

 

작은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지만,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파열되면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뇌출혈을 유발한다.

 

한 번 터지면 사망률이 50~60%에 이른다. 살아남더라도 3명 중 1명에겐 중증장애가 남는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지만, 여전히 파열 후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가 많다.

 

뇌동맥류는 대부분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되지만, 동맥류가 급격히 자라면서 주변 뇌신경을 압박하면 ‘두통’,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 요통, 의식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검하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눈꺼풀을 움직이는 신경이 마비시킬 수 있어서다.

 

뇌동맥류 파열 시점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한쪽 눈꺼풀이 갑자기 처지는 등 증상이 빠르게 악화하면 뇌동맥류 파열이 임박한 상태로 보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압이 상승해 극심한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지주막하 출혈을 경험한 환자들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두통’,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뇌동맥류의 위험 요인은 고혈압, 흡연, 음주, 가족력(유전적 요인), 동맥경화 등이다. 흡연은 뇌동맥류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고혈압은 그 자체가 뇌동맥류의 원인은 아니지만, 혈압이 높을수록 뇌동맥류가 터질 확률이 높다.

 

뇌동맥류는 CT, MRI, 뇌혈관 조영술 등을 통해 확인한다.40세가 넘으면 한 번은 검사를 받아 자신의 뇌혈관 상태를 알아야 한다. 폐경 이후 여성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 이후, 혈관을 보호해 주던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45~50세 이상 여성에서 뇌동맥류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발견되면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 검사로 확인한다. 머리가 아파서 검사하거나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터지기 전에 발견하면 주요 치료법으로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크기가 4mm 이상일 경우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클립 결찰술은 머리를 열어 클립으로 동맥류의 목 부분을 묶는 수술이며, 코일 색전술은 혈관을 통해 코일을 넣어 동맥류 내부를 막는 시술이다. 최근에는 혈류 전환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도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