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이레놀 자폐아 출산’...세계보건기구들 일제히 반박

WHO 성명, “아무런 과학적 연관성 없다”
식약처도 “임신부도 복용 가능하다”
미 산부인과학회, “임신부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메시지”
밴스 미 부통령, “조금 더 유념하라는 취지였다” 물러서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으로 자폐아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나 각국 보건당국의 결론은 대체로 “트럼프의 발언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부프로펜 및 아스피린과 달리 임신부가 해열·진통을 위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물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의 발언이 긴급뉴스로 전 세계에 전해지면서 타이레놀은 복용했거나 진통에 시달리는 임신부들은 크게 걱정했다. 의료진들도 이를 해명하느라 애를 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럼프 발언 직후 성명을 통해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 일관되고 과학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성명을 내고 “타이레놀과 자폐 연관성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가세했다. 식약처는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이 가능하다”고 25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신 초기 38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복용량은 하루에 4000㎎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024년 한국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너무 비과학적이고 어이가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미 산부인과학회 스티븐 플라이시먼 회장은 트럼프의 기자회견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자폐증과 타이레놀에 관한 발언이 잘못된 과학에 근거했다”면서 “임신부들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고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했다.

 

존 튠 미 상원 원내대표(공화)는 24일 CNN 인터뷰에서 “타이레놀 사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의료계 인사들이 엄청나게 많다. 광범위한 주장을 펴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 발표가 가져올 파장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상원 의원(공화)도 “압도적 증거들은 타이레놀의 자폐증 유발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임신 중 통증을 관리할 선택지가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이를 진화하려고 움직였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타이레놀의 부작용을 조금 더 유념하라는 취지였다”면서 “궁극적으로 뭔가를 복용하는 것은 상황 특정적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케네디(보건복지부 장관)가 말하는 근본적 주장은, 이 약들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학이 어디로 이끄는지 그 과학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