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117세 최고령자 비결은 ‘복권당첨 같은’ 유전자와 좋은 습관

작년 사망한 스페인 여성 유전자·생활방식 연구
매일 플레인 요거트 3개 먹어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인간의 기대 수명은 지난 200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대 수명은 이제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의학 발전이 더는 장수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특별히 오래 사는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스페인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Maria Branyas Morera)는 지난해 117세 168일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의사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 의과대학 유전학 학과장인 마넬 에스텔러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3년 동안 그의 생체지표와 유전자, 생활방식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그 결과를 24일 의학저널 셀 리포츠 메디신에 발표했다.

 

 

그의 장수 비결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남과 다른 유전자와 건강한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냐스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건강이 뛰어나고 체내 염증 수준이 매우 낮았다. 또한 면역 체계와 장내 미생물군은 훨씬 젊은 연령대에서 보이는 특징을 지녔고,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매우 낮은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매우 높았다.

 

주목할 점은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유난히 짧았다는 점이다. 이는 세포 노화의 뚜렷한 징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덕분에 세포분열이 억제돼 암 발생 위험을 낮췄다. DNA 분석에서는 심장과 뇌세포를 질병과 치매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변이가 확인됐다.

 

그녀의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10~15년 젊은 것으로 측정됐다.

 

에스텔러 박사는 “그는 많은 질환으로부터 보호막이 되는 매우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이전에 본 적 없는 여러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축복받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장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브라냐스는 아주 좋은 생활 습관을 갖고 있었다. 적정 체중을 유지했고,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으며, 생선과 올리브유를 많이 섭취했고, 특히 매일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3개를 먹었다.

 

플레인 요거트는 장내 유익균의 번성을 촉진한다. 유익균이 우세하면 노화와 질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체내 염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장내 생태계 조절을 통한 요거트 섭취의 유익한 효과가 그의 건강과 장수에 이바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브라냐스는 생전 “요거트가 삶을 준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정도로 요거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는 2001년 이후로는 혼자 살았지만, 가족과 같은 마을에 살았고 늘 친구들이 곁에 있을 만큼 양호한 사교 생활을 했다. 5년 전까지는 피아노도 쳤다.

 

에스텔러 박사는 고령자 건강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극단적 장수의 단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행동의 혼합”이라며, “이 혼합 비율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반반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브라냐스는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8세 때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1·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 19라는 두 번의 팬데믹을 겪었다. 113세에 코로나19에 걸렸지만 회복했다.

 

내과 의사였던 남편(72세에 사망)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아들은 52세에 일찍 숨졌지만 두 딸은 현재 92세와 94세로 엄마의 뒤를 이을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