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 원장
결혼 후 아이를 기다리며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쉽사리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다. 난임이라고 하면 흔히 난소 기능 저하나 정자 이상 가능성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의 과다 분비, 즉 고프로락틴혈증이 원인일 수 있다.
프로락틴의 역할과 고프로락틴혈증
프로락틴은 뇌하수체에서 생산 및 분비되며, 출산 후 모유 수유를 담당하는 호르몬으로 임신 기간 중에 높게 상승하여 수유를 위한 유선 발육을 촉진하기 시작하고, 출산 후에도 일정 수치를 유지하여 수유를 지속하게 한다. 남성은 여성처럼 분명하지 않지만, 남성호르몬 생성과 정자 형성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으로 이어지는 축에 역동적으로 작용한다.
고프로락틴혈증은 임신이나 수유와 무관하게 혈중 프로락틴 수치가 지나치게 증가한 상태이다. 남녀 포함한 전체 인구의 약 0.4%가 앓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흔하게 진단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난임을 포함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고프로락틴혈증의 주요 증상
프로락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생식 기능 및 호르몬 균형 이상으로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프로락틴혈증의 여러 원인
고프로락틴혈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크게는 임신이나 수유와 같은 생리적 요인을 들 수 있고, 복용 중인 약물, 특정 질환이나 유전적 요인 등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뇌하수체 프로락틴 분비 선종
뇌하수체의 프로락틴 분비 선종은 고프로락틴혈증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이 생산 및 분비되는 양성 종양으로, 전체 뇌하수체 종양의 30~40%를 차지한다. 주로 가임기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기타 뇌하수체 종양
프로락틴 분비 선종이 아니더라도, 뇌하수체나 그 주변에 큰 종양이 발생하면 고프로락틴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종양이 커지면서 도파민 전달 경로를 막아 프로락틴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프로락틴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경로가 차단되면 혈중 프로락틴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뇌하수체 또는 그 주변의 종양에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도 고프로락틴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약물
도파민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물은 프로락틴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고프로락틴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은 다음과 같다. 다만 해당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고 3~4일 정도
지나면 프로락틴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 피임약
· 리스페리돈, 할로페리돌과 같은 특정 항정신병 약물
· 메틸도파, 베라파밀과 같은 고혈압 약물
· 속쓰림 및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우울증 치료제
· 에스트로겐 요법과 같은 폐경 증상 치료제
· 메스꺼움 및 구토 치료제(항구토제)
· 오피오이드가 함유된 진통제
•유전 질환
가족성 뇌하수체 종양 혹은 제1형 다발성 내분비선종(MEN-1) 의 경우 프로락틴 분비종이 발생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프로락틴 분비 선종을 예측하고 발견하여 치료
할 수 있다.
고프로락틴혈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고프로락틴혈증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원인을 제거하면 혈청 프로락틴 수치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혹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발성 고프로락틴혈증이라고 하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몇 개월 후면 사라진다.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프로락틴 분비 선종은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프로락틴 분비 선종은 산부인과의 난임 진단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산부인과에서 정밀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프로락틴 수치를 낮춰 주어 임신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종양 환자에서는 임신 중 종양 크기가 커질 수 있기에, 임신을 계획하는 환자는 뇌하수체 전문의의 포괄적인 치료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