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나민석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조교수
숨 쉬는 일상, 적절한 치료로 되찾을 수 있다
‘숨 쉬는 게 이렇게 힘들 수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이미 코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오래 방치할수록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재발도 잦아진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지금이라도 코와 부비동에 관심을 기울이자. 숨 쉬는 일상이 건강한
삶의 첫걸음이다.
콧물과 코막힘 등이 오래 지속된다면
감기처럼 시작된 증상이 세 달 넘게 지속된다면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 있다. 계속되는 코막힘, 끈끈한 콧물과 후비루(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 얼굴 통증이나 압박감,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증상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만성 비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코와 부비동(코 주위 얼굴 뼈 안의 빈 공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예전에는 흔히 축농증으로 불렸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정확한 표현이 아니며 현재는 비부비동염이라고 한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전체 인구의 약 5~10%에서 발생하는 굉장히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을 정확히 모른 채 방치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다. 특히 코막힘과 후비루는 흔한 증상이지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업무와 운동 능률을 낮추는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고, 가스 누출이나 화재, 독극물 등의 위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수면이나 일, 운동 등 일상생활 전반이 힘들어질 수 있다.
코안에 비용종이 생기기도
만성 비부비동염이 오래 지속되면 코안에 비용종(물혹)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비용종이 동반되면 치료가 더 까다로워지고 재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비용종은 만성 염증 때문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코안을 막아 숨쉬기 어렵게 하고 냄새도 잘 못 맡게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크기가 점점 더 커지면서 코안 통로를 막아 염증을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며 방치한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비부비동염을 의심할 수 있고, 진단은 주로 병력 청취와 함께 코 내시경 검사, CT 촬영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떻게 치료할까
1. 약물 치료
· 생리식염수 코 세척: 하루 1~2회 꾸준히 하면 코안의 염증 물질과 점액을 씻어 내 증상이 완화된다.
· 국소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전체적인 염증을 줄여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고 부작용은 적다.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경구 스테로이드: 증상 악화 시 단기간 사용한다.
· 항생제: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급성 악화 시 사용한다.
2. 수술 치료
약물로 치료가 잘되지 않거나 비용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내시경 부비동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코안으로 내시경과 기구를 넣어서 막힌 부비동 입구를 넓인 후 고여 있는 농을 제거한다. 또 염증 조직과 비용종 등의 비정상적인 조직도 제거해 공기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한다.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코 세척을 해야 하고,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등 약물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치료제로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
비용종이 있는 환자 중 일부는 최근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biologics)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다. 이 치료제는 만성 비부비동염 유발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치는 염증 매개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여 증상을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한다.
코막힘, 후각 저하 등의 증상을 개선하고 비용종의 크기를 줄여 경구 스테로이드 과다 투여나 재수술 의존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염증 양상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사용이 가능한 약물은 모두 피하 주사로 주입한다. 투여 간격과 기간 역시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 기준으로, 만성 비부비동염 치료에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