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 저런 병] <47> ‘펫로스증후군’, 극복하기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상실감과 우울감을 겪는 것을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한다. 그 충격과 강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보호자가 겪는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은 가족을 잃은 실제적 사별(Bereavement)과 비슷하다.

 

펫로스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우울감과 무기력감, 식욕 부진, 불면 등이다. ‘내가 더 잘 돌봤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반복되며 강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때로는 반려동물의 발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한다.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장난감을 계속 꺼내 보거나, 반대로 모든 흔적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등 양극단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다. “겨우 동물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유난을 떤다”는 냉담한 시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는 이를 ‘박탈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상실에 대한 슬픔을 말한다.

 

문제는 슬픔을 억누를수록 깊어지고, 건강까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만성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악화할 수 있고, 슬픔이 신체화돼 소화기 장애나 만성 피로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슬픔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고작 동물인데”라는 주변의 무지한 말에 휘둘리지 말고 충분히 울고, 충분히 그리워하는 과정이 있어야 마음의 상처도 아물기 시작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의식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지 쓰기나 추모 공간 만들기, 앨범 정리 등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그때 병원에 빨리 갔더라면”하는 자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죽은 반려동물이 기억하는 건 ‘부족한 주인’이 아니라 ‘나를 가장 사랑해준 사람’이다.

 

슬픔을 혼자 삭이는 것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내 슬픔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펫로스 모임이나 전문 심리 상담도 활발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남겨준 사랑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별 뒤의 애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6개월이 넘어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한 불면과 식욕 부진, 공황 증상 등이 동반된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