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근로시간, 임금, 휴가 등 권리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성희롱 등을 겪어도 법적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 4대 보험도 없다.
캐디는 그린에서 실질적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캐디의 법적 신분은 오랫동안 논란이 많지만 대다수 캐디는 골프장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프리랜서) 형태로 일한다. 대법원 판례도 그렇게 보고 있다.
캐디들이 골프장에서 고객에게 받는 비인간적 대우와 관련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손솔 진보당 의원이 공개한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노동자 인권·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2%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추행도 67.7%가 경험했다.
이 조사는 손 의원이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전국 골프장 경기보조원 9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시행했다.

거의 모든 캐디가 고객한테 언어폭력을 경험했다. 반말·비하 발언 경험은 97.8%, 성희롱 발언 88.2%, 욕설과 폭언 75.3%, 물건 던짐 61.3%, 신체적 위협 32.3%, 신체 폭행 12.9% 등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사업주에게 알린 후 사업주가 취한 조치로는 ‘아무 조치가 없다’(44.1%), ‘그냥 참으라고 하거나 방관함’(26.9%),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응답’(2.2%) 등 73.2%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골프장 위험 요소와 안전사고에 대해 4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홀 사이 간격이 가까워 날아오는 공에 맞는 사고가 3.48점, 코스 내 단차로 인한 발목 부상 우려가 3.32점, 폭우와 폭설 시 카트 미끄러짐 사고 3.2점, 같은 팀 내에서 공에 맞는 사고 3.06점, 고객의 클럽에 맞는 사고 3.01점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폭우·낙뢰 속에서도 운전해야 하는 노후한 카트 문제가 지적됐다. 와이퍼가 없는 카트를 비닐로 덮고 고개를 내민 채 운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손솔 의원은 “캐디 노동자들은 골프장의 서비스 제공자이기 전에 폭언과 낙뢰를 함께 견디는 위험 노동자들”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골프장 경기 보조원의 인권 침해와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골프장에서 시행하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