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전 세계 Z세대(1996~2012년생) 남성의 31%가 ‘아내는 항상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남성의 동의 비율(13%)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요즘 젊은 남성들이 기성세대보다 전통적인 성역할과 관련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산하의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국과 미국, 한국,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 29개국에서 18세 이상의 성인 남성 2만326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에는 한국인 500명도 포함됐다.
순종적 여성을 원하는 것 외에도 ‘가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최종 결정권자는 남편이다’라는 데 동의한다고 답한 Z세대 남성의 비율도 33%로 조사됐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17%만이 동의했다.
또 Z세대 남성의 24%가 ‘여성이 지나치게 독립적이거나 자립적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 남성의 동의 비율(12%)의 두 배다.
‘성역할’이나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제트세대 남성이 강하고 보수적이었다.
제트세대 남성 43%는 ‘젊은 남성은 선천적으로 체격이 크지 않더라도 신체적으로 강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이 동의한 비율은 25%다.
제트세대 남성 21%는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남성은 아닌 남성보다 남성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같은 질문에 대해 8%만이 그렇다고 여겼다.
‘남자는 친구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응답에 동의한 제트세대 남성(30%)도 베이비붐 세대 남성(20%)보다 많다. ‘아이 등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덜 남성답다’는 데 동의한 제트세대 남성은 비율은 21%로, 베이비붐 세대 남성(8%)의 2배 이상이나 됐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스런 대답이 나왔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여성이 남성에게 더 매력적’이라는 입장을 놓고는 Z세대 남성의 41%가 동의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2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이 지나치게 독립적이거나 자립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항목에 관해서는 제트세대 남성은 24%,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12%가 동의했다.
Z세대 남성의 21%는 ‘진정한 여성이라면 성관계를 먼저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 남성은 7%만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제트세대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보수적이고 비독립적인 여성’을 기성세대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영국 비비시(BBC) 등 해외 언론은 “젊은 남성들이 기성세대보다 전통적·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더 갖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경제적 불안 및 온라인·소셜미디어 문화의 영향을 제기했다.
‘성평등 정책이 남성의 기회·자원을 빼앗는다’는 불안을 자극하며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혐오 담론을 퍼뜨리는 ‘매노스피어(manosphere)’와 이른바 ‘남초커뮤니티’라 불리는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젊은 세대 남성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정희정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 소장은 “남성들이 사회적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평등이나 젊은 여성, 이주민에 맞서 젊은 남성을 부추기는 주장들과 목소리들이 채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여성인권 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최고경영자 페니 이스트는 “이번 조사 결과는 다방면에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으며, 여성 인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같은 원인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수준의 여성혐오”를 꼽았다.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를 이끄는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성평등 인식이 긍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많은 Z세대 남성은 스스로를 제한적인 성역할 규범에 가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