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브라카(BRCA) 유전자'라는 게 있다. 암을 막아주는 ‘종양 억제 유전자’로 우리 몸의 세포에서 DNA가 손상되면 이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게 이상(돌연변이) 상태가 되면 복구에 실패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브라카 유전자에 돌연변이(변형)가 생기면 특히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이 일반 여성보다 최대 5~10배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평생 유방암 발생 확률이 60~80%까지 증가한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남성 유방암, 전립선암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는 가족력과 관련이 커서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카 유전자 검사는 혈액 검사로 가능해서 가족 중 유방암·난소암 환자가 여러 명이면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그런데 ‘유전성 유방암’ 환자의 약 75~85%는 BRCA 유전자가 정상이다. 이들은 암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 전략을 세우기 어려웠다.
국내 연구진이 발병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던 BRACA 변이가 없는 유전성 유방암의 유전자 특성을 밝혀내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 수립에 전기가 마련됐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태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공선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교수 연구팀은 유전성 유방암 환자 중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없는 그룹을 분석해, 이들의 암세포가 4가지 유전적 유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RCA1·BRCA2 변이가 없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실행했다. 그 결과, 이들의 암세포가 암 조직의 DNA 손상 방식에 따라 4가지 뚜렷한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암세포가 암 조직의 DNA 손상 패턴에 따라 ▲DNA 복구 기능 자체가 망가진 상동재조합 결핍형(HRD형) ▲돌연변이가 매우 많이 축적된 돌연변이 우세형(MUT형) ▲특정 유전자 구역의 소규모 소실·증폭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복제수 변이형(CN형) ▲DNA 손상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 유전체 안정형(GS형)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주 실험을 통해 유형별로 반응하는 치료제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환자가 어떤 유형인지 미리 파악하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정밀의료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향후 각 유형별 치료 반응을 추가로 검증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교수는 “BRCA 이상이 없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는 그동안 원인 규명과 치료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는 동일한 유전성 유방암이라도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의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