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끝없는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 여부 논쟁

WHO, “전자파 인체에 영향 없다” 발표
2011년 산하 암국제암연구소의 "암 발병" 발표 뒤집어
그 전 연구들 중 상당수는 “영향 있다”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오랜 논쟁거리다. 어떤 연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다른 연구는 암을 유발한다고 반박한다.

 

휴대전화와 떨어져서 살 수 없는 현대 인류는 휴대전화 전자파와 건강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하지만 휴대폰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므로 “몸에 좋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일반적 정서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3일 휴대전화 전자파의 ‘누명’을 벗겨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와 함께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과거의 연구 발표들을 정리한다.

 

◇WHO, “뇌질환 발병과 아무 관련 없다”

 

WHO는 3일 휴대전화 전자파와 뇌암, 백혈병 등 뇌 질환 발병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WHO는 1994년부터 2022년까지 28년간 발표된 관련 연구 5000건을 검토해 그중 63건을 최종 분석했다.

 

분석 결과, 10년 넘게 장기간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평소 통화를 많이 하는 경우에도 뇌암 발병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라디오나 TV 송신기,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노출된 어린이들의 경우에도 뇌암, 백혈병 등에 걸릴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WHO는 여기에 덧붙여 기피시설로 여겨지는 휴대전화 기지국 역시 뇌 질환 발병 위험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기지국의 경우 휴대전화가 신호를 받기 위해 더 센 전자파를 내보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자파 노출도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WHO의 이번 발표는 2011년 WHO 산하 암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한 것과 완전 상반된다.

 

IARC는 당시 핸드폰에서 나오는 RF 전자파를 발암등급 2B로 분류했다. 발암등급 2B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이며 동물 실험에서도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2B에는 피클, 김치와 같은 절인 채소와 젓갈 등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당시의 연구는 일부 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사례로서 IARC는 암 위험에 대한 연구는 했지만 강력한 증거가 없을 때는 발암 가능성 있는 물질로 분류한다고 보도했다. 즉 전자파를 확실한 발암 물질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뇌암, 알츠하이머, 파킨슨 발병률 높인다” 2015년 미국, 브라질 등 공동연구

 

2015년 미국 인디아나대학, 핀란드 동부대학, 브라질 콤피나스대학의 공동연구로 ‘전자기파 바이오로지 및 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휴대폰 전자파가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 병과 같은 뇌질환과 암을 포함한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파 노출이 인체 내 활성산소(유해산소)를 증가시키는 산화스트레스를 만들어 각종 질병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 양을 자체 조절하는데 산화스트레스는 활성산소의 부작용이다. 활성산소가 과잉 생성되어 축적되면 산화스트레스가 세포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며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분씩 매일 휴대폰을 5년 이상 이용하는 경우 양성 뇌종양 발생률이 3배 이상 증가하고 하루 1시간씩 4년 이상 이용하면 양성뇌종양 발생률이 5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었다.

 

연구진은 “10년 이상 휴대폰을 쓴 성인을 대상으로 얻은 결론”이라며 “어릴 적부터 휴대폰을 사용하면 평생에 걸쳐 훨씬 더 인체생물학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뇌종양 발병률과 무관” 2022년 옥스퍼드대 연구

 

옥스퍼드대 인구건강연구소와 국제암연구소 연구팀은 2022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과 사용한 사람 간의 뇌종양 발병률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국립암연구소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35년에서 1950년 사이에 태어난 영국 여성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위험 사이 연관성을 조사했다. 참가자 77만6000명은 2001년에 휴대전화 사용 관련 설문지를 작성했고 이들 중 약 절반이 2011년에 다시 설문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휴대전화 사용이 뇌질환과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매일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일주일에 최소 20분 이상 말을 하거나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들 역시 종양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갑상선암 위험 높인다” 2020년 예일대 연구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2020년 휴대전화 전자파가 갑상선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2011년 미국 코네티컷주 주민 9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닙스’(SNPs, 단일 염기 변이)가 있으면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이 훨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76개 유전자를 시험한 결과 10개의 스닙스에서 휴대전화 사용자의 갑상선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중 4개에서 스닙스가 관찰된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배 이상이었다.

 

◇ “전자파 쏘인 쥐에서 암 발생” 2019년 미 독성학프로그램 연구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은 2019년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쥐들에게 장기간 쏘였더니 암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3000만 달러가 들어간 이 연구에서는 쥐들을 특수한 방에 놓은 뒤 2년간 전자파를 쏘였다. 그랬더니 일부 수컷 집쥐의 심장을 둘러싼 조직에서 희귀암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NTP는 “실험 쥐들에게 노출된 전자파 수준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쓸 때보다 훨씬 강했다”며 “인간의 휴대전화 사용 태도와 연관지어 또 다른 결과를 추론해선 안 된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미 언론들은 “전자파와 암 발병 간의 관계를 부정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NTP가 거들었다”며 “미 정부는 전자산업계의 압력에 직면해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을 염두에 둔 연구 지원은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엘 모스코비츠 UC버클리 보건대학원 교수는 언론에 “NTP의 연구 결과는 휴대전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