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최준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센터 소아감염면역과 진료교수
백일해 진행 과정
백일해(百日咳)는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문자 그대로 기침[咳]이 100일 동안이나 지속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백일해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는 1~2주 간의 카타르기(catarrhal stage)를 거쳐, 특징적인 발작성 기침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발작기(paroxysmal stage)로 이어진다.
발작기 기침의 특징으로는 기침 사이 혹은 끝에 숨을 헐떡거리며 ‘흡’하고 들이키거나[whooping cough], 심한 기침 끝에 구토를 보이는 양상 등이 있으며, 전형적이고 발작적인 증상이 반드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증상은 수 주 혹은 2~3개월에 걸쳐 지속되다가 서서히 호전된다[회복기, convalescent stage]
전파력이 매우 강한 백일해
백일해균은 사람만 전염시키며, 기침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 즉 콧물, 침, 가래 등을 통해서 주로 전염되는데 전파력이 매우 높다. 한 명의 감염 환자가 전파 가능한 사람의 수를 ‘기본 재생산 수(R0)’라고 하는데, 백일해균의 R0값은 12~17 정도로, 현재까지 알려진 병원체 중에서는 홍역(12~18)과 더불어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R0값이 2~3,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1~3 정도임을 생각해 본다면, 백일해균의 강한 전파력을 가늠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추가 환자가 발생할 2차 발병률은 80%에 이른다. 전염력은 카타르기에서 가장 높고, 발작성 기침 시작 3주 후, 혹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 시작 후 5일까지 지속되므로 이 기간에는 격리를 권고한다. 백일해균의 잠복기는 대체로 7~10일(최소 5일에서 최대 21일)까지로 간주한다.
우리나라는 백일해 국가 예방접종을 시행한 이후 질병 발생이 꾸준히 감소하였으나 간혹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는 발생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가 방역 조치가 완화된 2023년에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유행을 보였고, 2024년에는 백일해 보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백일해는 병력 혹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과 더불어 미생물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 백일해는 2급 감염병에 해당하므로 확진되면 해당 병의원이나 담당 의료진은 반드시 24시간 이내에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백일해는 세균 감염 질환이므로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며, 매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백일해 치료제로 사용한다. 아지트로마이신은 5일, 클라리트로마이신은 7일 복용을 권장한다. 수분 공급을 포함한 대증 요법이나 개인위생 준수 역시 항생제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예방접종과 접촉자 관리
우리나라에서 백일해 접종은 국가 필수 접종에 해당한다. 생후 2개월을 시작으로 만 4~6세까지 5차례 DTaP 백신을 접종하고, 생후 만 11~12세에는 TdaP 백신을 추가로 1회 접종한다. 현재 국내 유행 상황에서, 만 4세경에 DTaP 접종을 완료하였으나 아직 TdaP 접종을 받지 못한 11세 전후의 초등학생들이 고위험군으로 지목되고 있다.
접종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와 신생아 들은 자체적으로 면역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임신 중 백신을 접종하여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전달된 항체는 일반적으로 생후 3개월 정도까지 지속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신할 때마다 TdaP 백신을 1회 접종하도록 권고하며, 임신 27~36주(임신 3기)에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접종력이 없는 사람이 임신 중 TdaP을 접종하지 못하였다면 분만 직후에 접종할 수 있다.
백일해 환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접촉자 구분 및 관리 방법은 다음 표와 같다
노출 후 예방 요법에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 용량, 기간은 앞에서 설명한 백일해의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와 동일하다. 만약 아이가 백일해 진단을 받았다면, 증상 유무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다른 가족도 함께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아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