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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 처벌 원치 않아도 경찰이 접근 금지시킨다

경찰청, 잇따른 교제폭력 적극 개입하기로
교제폭력에도 스토킹처벌법 적용...선제 분리
반의사불벌죄 한계 보완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연인 관계였던 남성 A씨에게 여성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B씨를 때렸다. B씨는 도망치려 했지만, A씨는 계속 따라오며 위협을 가했다. B씨는 112신고를 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 B씨가 “어차피 헤어질 건데 A씨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단순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그럼 B씨는 끝까지 안전할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5월 화성 동탄, 6월 대구 성서, 7월 대전 교제 살인 등 교제폭력이 단순 연인 간 싸움이 아닌 살인으로 이어져 충격을 던졌다.

 

경찰청이 앞으로는 교제폭력 사건에 직권으로 개입해 선제적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만들어 11일 전국 경찰에 배포하고 시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교제폭력 사건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스토킹처벌법에선 ▶상대방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의 행위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를 스토킹으로 규정한다.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면 가해자의 일회성 폭력 행위에도 경찰이 긴급응급조치(주거지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직권으로 명령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선제 분리할 수 있다.

 

그동안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계속 교제하는 경우 가해자의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한’ 스토킹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경찰은 “처벌 불원, 교제 지속 등은 사후적 사정일 뿐 폭행 등 신고를 했으므로 가해자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로 한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교제 중이라도 폭행 등 범죄 목적의 ‘접근’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므로 스토킹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 사례를 대검찰청과 공유해 법률적 해석을 전국 경찰과 통일했고 전문가 자문과 법무부와의 협의도 거쳤다고 밝혔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교제폭력 관련 입법 전에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교제폭력 방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오는 9월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관련 법안 입법화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