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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어버이날 효도는 부모님 수면 체크입니다!

수면 질이 건강좌우..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으로 안돼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근본적 원인 다스려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5월은 그동안 소홀했던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기 좋은 달이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라는 노래가사에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도 잠시, 문득 돌아보니 부모님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어디서부터 부모님 건강을 챙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건강 체크법을 소개한다. 바로 수면이다.

수면의 질이 건강을 좌우한다

고작 잠이라니,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잠을 자는 경우 인지 기능이 높아지고 노화 속도가 늦춰져 기대수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대로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될까? 수면 부족은 광범위한 신체 건강 요인에도 영향을 준다. 기대수명과 관련된 생활 습관 인자로 과학자들이 꼽는 것 중에 흔히 포함되는 것으로 적정 체중 유지, 운동 등 신체 활동, 양질의 식사, 절주, 금연, 적절한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가 있다.

이 7가지 인자들 중에서 특히 수면 부족은 나머지 인자들에 악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충분한 수면 없이는 노화를 늦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

문제는 부모님 세대의 수면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 데이
터를 활용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 수면 장애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 중 50~7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이중 60대가 2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19%, 70대가 17%였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변화로 인해 좋은 수면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서파수면이라고 해서, 깊게 잠드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서파수면 구간일 때는 뇌의 활동이나 근육 긴장이 줄어들고, 심박수나 호흡수의 감소, 혈압 저하, 대사 저하 등이 관찰된다. 이 저하의 상태가 바로 몸의 긴장이나 피로를 푸는 열쇠다.

청년기에는 전체 수면의 20%가 서파수면인데, 중년에 이르면 3%로 급격히 떨어진다.

뇌의 노화도 문제다. 우리 뇌에는 시상하부라는 부위가 있는데, 시상하부는 수면, 각성, 생체 리듬, 체온 조절을 담당한다. 시상하부 노화로 인해 체온 조절이 제대로 안 되면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

 

우리 몸은 잠을 잘 때 심부 체온이 1도 정도 떨어지고, 깨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음으로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잠자기 2시간 전부터 분비량이 늘어 자정부터 새벽까지 고농도를 유지하다가 해가 뜨면 줄어든다. 65세 이상에서의 멜라토닌 분비량은 20~35세의 멜라토닌 최고 분비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면 개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그렇다면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면 영양제를 드시게 하는 건 어떨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수면 영양제’라는 것은 없다. 칼슘영양제처럼 '주원료+영양제' 표시는 가능하지만, 눈 영양제, 관절 영양제와 같이 '신체 및 신체 조직과 연계해' 영양제라는 표시를 쓰는 것은, 인정받은 기능성의 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있어 표기를 못 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했기 때문이다.

 

양질의 수면을 돕는다는 건강기능식품도 있다. 이들 제품은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한 식품을 뜻한다.


수면 영양제든 건강기능식품이든, 먹는 것만으로는 수면을 개선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는 불면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불면증을 치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돼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멜라토닌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 멜라토닌을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방법은 의사 처방을
받는 것뿐이다. 멜라토닌 해외 직구는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효능에도 문제가 있다. 해외에서 구입한 멜라토닌은 대부분 속방형으로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지속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은 보통 수면 후반부의 렘수면 상태에서 심하게 뒤척이거나 꿈을 꿔서 수면의 질이 낮아지는 경우를 뜻하므로, 지속 시간이 짧다는 것은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수면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부모님을 모셔 가고 싶다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면 의원’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자. 만약 근처에 그런 병원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수면 문제는 복합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으므로 특정 진료 과에서만 볼 수 있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모두 수면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수면 문제를 단순히 약을 먹어서 해결할 수 있는 증상으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면 문제는 우울, 불안, 치매 등의 원인이나 결과일 수 있다. 증상들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제대로 치료받는 것이 수면 문제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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