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헬스> 가까운 미래의 희망..치매 혈액검사

현재 조기검사는 PET 통해 가능하지만 고비용으로 비현실적
앞으로 당뇨 테스트처럼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 길 열려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어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조기 진단과 치료, 실제로는 어려운 문제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그나마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이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하는 치료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이 치료가 먼 훗날 만들어 내는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러한 ‘조기 진단’, ‘조기 치료’를 어렵게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뇌안에서 병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안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증상이 조금이라도 생겼을 때는 발견을 해도 이미 ‘조기 진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증상이 없을 때 조기 진단을 할 수도 없다. 증상이없으면 ‘정상’이라는 뜻이므로 ‘병’으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증상이 없는데 어떻게 진단할까


당뇨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혈당이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도 자신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를 해보면 혈당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때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된다. 증상은 없지만 ‘병’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뇨병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혈액을 분석해 당량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분석 대상이 되는 포도당을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라고 한다. 치매에서도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바이오마커검사를 해 보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다. 아밀로이드-베타와 인산화 타우라는 단백질인데, 보통은 줄여서 아밀로이드와 타우라고 부른다.


치매 바이오마커검사, 비용의 문제


1900년대 초에 독일 정신과 의사인 알츠하이머 박사가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스케치하여 처음 발표하면서 알츠하이머병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스케치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병리가 잘 표현되어 있는데, 알츠하이머 박사는 상당히 치매가 진행되었던 환자의 사후에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하지만 치료 개념에서 보면 사후에 하는 조직 분석은 의미가 없으니 현대 의학에서는 바이오마커를 통해 판단한다.

 

기억 장애, 언어장애 등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 조직에 있는지 파악하면 겉으로 보기에 정상일지라도 실제로는 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밀로이드는 기억력이 정상인 상태에서도 이미 뇌에 쌓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사성이 있는 물질을 혈관 내로 주사하면 이 물질이 혈액을 타고 이동하여 뇌 속의 아밀로이드나 타우에 가서 달라붙는다. 이때 PET라는 영상 촬영을 하여 뇌에 방사성 물질이 보이면 아밀로이드나 타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검사는 아직 의료 보험이 되지 않아서 각각 100만 원이 넘는 고비용이다. 게다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같은 좀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서만 PET 검사가 가능하다. 동네 주치의에게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면서 그 자리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자신에게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대학병원까지 찾아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검사를 받기는 쉽지 않다. 이런 여러 사정 때문에 실상 조기 진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혈액검사로 치매를 진단하는 시대가 온다


다행히 가까운 미래에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치매 검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연구자들이 코웃음으로 넘겨 버리던 치매 혈액검사가 실제로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혈액으로도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문제는 이 양이 너무 적어서 웬만한 분석 방법으로는 측정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현재는 혈액 내에서 아밀로이드나 타우를 검사하는 기술(민감도)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실내 수영장에 각설탕 하나를 녹였을 때도 그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치매 환자들과 정상적인 노인들의 혈액을 검사해 보니, PET영상검사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아밀로이드와 타우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기억력에 문제가 없을 때에도, 동네 의원에서 간단하게 혈액검사를 하면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에 쌓여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데, 이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려면 더 많은 임상 연구 데이터를 모아서 규제 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기는 하다.

 

또한 최근에는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뇌에서 제거하는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수명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치매라는 질병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치매를 판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가 날로 발전하고 있고 또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제들이 계속 나오게 된다면 앞으로 10년 후쯤에는 최소한 ‘치매 공포증’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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