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또렷하게 보인다면? 비상이다. 콘택트렌즈를 빼지 않고 잔 것이다.
귀찮거나 술에 취해 한두 번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렌즈를 빼지 않는 습관이 들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눈 건강에 큰 위험을 주고 심각하면 시력까지 잃을 수 있다.
끼고 자도 괜찮다는 장기 착용 콘택트렌즈도 나왔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안과 의사들은 권유하지 않는다.
콘택트렌즈를 끼고 자면 내 눈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산소 공급 차단돼 충혈이나 안구건조증
잠을 자는 동안에는 눈꺼풀이 닫히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차단된다. 눈물의 순환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면 되는데 닫힌 눈꺼풀과 각막 사이에 콘택트렌즈가 밀착돼 있으면 눈물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한다. 각막의 산소투과율이 떨어지면 눈이 충혈되거나 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렌즈는 눈의 수분을 흡수한다. 잠든 동안에는 눈물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렌즈를 끼고 자면 눈이 더욱 메말라져 각막 표면 손상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눈과 렌즈가 지나치게 건조해지면 특히 렌즈를 제거할 때 눈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각종 안과 질환에 노출
눈은 다양한 박테리아와 미생물에 노출된다. 렌즈를 끼고 자거나 장시간 착용하면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눈에 갇혀 감염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안과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각막염, 각막 궤양, 각막 저산소증 등이다. 각막염은 박테리아, 곰팡이, 아메바 등에 의해 발생하는 각막의 심각한 감염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치명적 병이다. 각막 궤양은 각막에 생긴 상처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 손상이나 영구적인 시력 상실이 생길 수 있다. 각막 저산소증은 각막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며, 충혈, 흐린 시야, 통증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렌즈를 착용한 채 자면 감염성 각막염 위험이 3배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렌즈 위치 바뀌어 상처 줄 수도
잠자는 동안 눈꺼풀이 움직이며 눈 표면에 압력을 가해 렌즈가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눈에 자극을 주고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렌즈가 구겨진 채 눈꺼풀과 안구 사이 틈새에 끼어 있을 수 있다.
◇원데이 렌즈는 재사용하면 안 돼
하루만 착용하는 일명 ‘원데이 렌즈’는 보존액에 담긴 렌즈가 한 개씩 낱개 포장된 제품으로 하루 사용 후 버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깝다는 이유로 며칠 더 끼는 사람도 있다.
원데이 렌즈 재사용은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하루 종일 착용하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애초에 하루 한 번, 8~12시간 착용을 위해 만들어진 렌즈이기 때문이다.
원데이 렌즈가 다회용 렌즈보다 착용감이 좋은 이유는 두께가 아주 얇고 수분 함량도가 더 높아 촉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렌즈 수분 함량이 높다는 것은 기능 유지를 위해서만 필요한 수분량이 많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 이미 건조해진 렌즈를 재사용하면 점차 눈이 메말라가고 심한 안구건조증을 얻을 수 있다. 원데이 렌즈는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므로 일반 콘택트렌즈에 비해 내구성이 약해 렌즈 표면에 세균과 이물질이 쉽게 침착될 수 있다.
[렌즈를 끼고 잠들었다면?]
당황할 필요는 없다. 우선, 렌즈를 바로 제거하지 말고 눈이 건조하고 끈적거릴 수 있으므로 먼저 눈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수분을 공급한다.
이후 렌즈를 부드럽게 밀어서 빼본다. 억지로 빼지 말고 눈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한다. 그래도 렌즈가 잘 빠지지 않으면 콘택트렌즈 용액을 눈에 몇 방울 떨어뜨리고 눈을 깜빡여 본다.
렌즈를 제거한 후에는 하루 동안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 눈의 충혈, 과도한 눈물, 분비물 등의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