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올해의 성평등 한국 영화, ‘벡델초이스 10’은?

한국영화감독조합, ‘벡델 테스트’ 기준으로 선정
‘검은 수녀들’ ‘파과’ ‘딸에 대하여’ 등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영화계에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라는 게 있다.

 

영화를 제작할 때 성 차별이나 고정된 성 역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고안된 기준이다.

 

1985년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만들었고 2000년대에 들어 여러 가지 변형된 테스트가 도입되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는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2명 이상’ ‘여성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남성에 대한 것 이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 등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이러한 성평등 기준을 충족한 한국 영화 ‘벡델초이스’를 매년 발표해왔다.

 

DGK는 이를 바탕으로 △여성 중심 제작진 참여 △여성 단독 주연 또는 남녀 동등 비중 △소수자 혐오·차별 배제 △여성 고정관념 탈피 네 가지 항목을 추가해 ‘벡델 테스트 7’로 평가 체계를 확대했다.

 

올해 선정된 ‘벡델초이스’ 10편은 어떤 영화들일까.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극장 또는 OTT를 통해 공개된 총 125편의 장편 극영화 중 선정됐다.

 

최종 선정된 10편은 △검은 수녀들(권혁재) △그녀에게(이상철) △딸에 대하여(이미랑) △럭키, 아파트(강유가람) △리볼버(오승욱) △빅토리(박범수) △최소한의 선의(김현정) △파과(민규동) △하이파이브(강형철) △한국이 싫어서(장건재)다.

 

 

이 중 여성 감독은 이미랑, 강유가람, 김현정 3명이다. 선정작 10편 중 7편은 남성 감독 작품으로, 일부는 장르 전복을 통해 여성 중심 서사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화정 벡델데이 2025 프로그래머는 “올해 선정작들을 살펴보면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 증가했다”면서 “이 같은 창작자의 성별 변화는 여성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매력적인 서사의 중심으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인감독의 진입이 저조한 산업적 위기의 한가운데,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은 더 많이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당면한 과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4년 흥행 상위 30위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비율은 5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는 절반 가량이 여전히 고정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개봉한 한국영화 182편 중 여성 핵심 창작인력 비율은 △감독 24.0% △제작자 25.6% △프로듀서 35.0% △주연 48.1% △각본가 34.7% △촬영감독 8.9%로 나타났다.

 

DGK는 오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서울 광진구 KU시네마테크에서 ‘벡델 데이 2025’를 개최한다.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이 발표되며 △감독 △작가 △배우 △제작자 부문에서 올해의 ‘벡델리안’도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