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은 미국 감독 짐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돌아갔다.
수상 기대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무관’에 그쳤다.
박 감독은 시상식이 끝난 뒤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성인이 된 자녀들과 거리감을 느끼는 부모와의 관계를 3부작 형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 애덤 드라이버, 빅키 크리엡스 등이 출연했다.

자무시 감독은 자주색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예술은 정치적이기 위해 정치를 직접 다룰 필요는 없다.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과거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아직도 감독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저도 늘 배우는 입장으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72세 짐 자무시 감독은 1980년 졸업 작품을 장편으로 확장한 ‘영원한 휴가’로 데뷔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천국보다 낯선’으로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브로큰 플라워’와 ‘패터슨’ 등의 히트작이 있다.
시인, 소설가이기도 한 짐 자무시의 연출 스타일은 독특하고 미니멀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사보다 분위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며, 흑백 화면과 느린 호흡, 건조하고 담담한 대사를 통해 삶의 공백과 우연한 만남을 담아낸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팬덤이 있다.
경쟁 부문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비극을 그린 튀니지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받았다. 영화제 상영이 끝난 뒤 20분 넘게 박수갈채를 받은 영화다.
감독상은 영화 ‘스매싱 머신’의 베니 사프디 감독이 받았다. 실제 이름을 날린 격투기 선수 마크 커가 링에 다시 오르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에 의지하다 중독돼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았다.
남우주연상은 ‘라 그라치아’의 토니 세르빌로, 여우주연상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의 중국 배우 신즈리가 수상했다.
3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특별상은 활화산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탈리아 나폴리 주민을 담은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다큐멘터리 ‘구름 아래에서’, 각본상은 글쓰기에 헌신하는 성공적인 사진작가 이야기를 그린 ‘아 피에 되브르’의 발레리 도젤리와 질 마르샹이 받았다.
평생공로상은 ‘아귀레, 신의 분노’를 연출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과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현기증’에 출연한 배우 킴 노박에게 돌아갔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4일 91세로 사망한 이탈리아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르마니 뷰티는 오랫동안 베네치아영화제의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