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매년 다음 한 해의 소비 행태와 라이프 스타일 흐름을 18년째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2026년의 가장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AI와 인간의 관계’를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트렌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AI 기술이 세상을 압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기술을 도구로 삼아야 한다”며 “인간이 주도권을 잡고 AI와 협력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정리한 내년도 소비 트렌드 열 가지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무언가를 찾기 전에 AI가 스스로 추천과 결정을 내려 디지털 생활 전반에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제로 클릭’ 현상
-위계에 따른 수직화된 조직이 아닌, AI가 수평적으로 재편하는 ‘AX 조직’
-불확실성에 대비해 AI의 힘을 빌려 계획과 예행연습을 중시하는 ‘레디 코어’
-구매시 가격의 원가와 브랜드 가치를 분석해 적용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거대 트렌드 대신 작고 짧은 흐름이 소비 시장을 움직이는 ‘픽셀라이프’
-디지털과 AI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고전에 대한 관심을 뜻하는 ‘근본이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소비가 좌우되는 ‘필코노미’
-건강 관리 능력이 지능지수만큼 중요한 지표로 자리잡는 현상을 뜻하는 ‘건강지능 HQ’
-1인 가구의 자율적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의미하는 ‘1.5가구’
김 교수는 이같은 트렌드를 아우르는 대표 소비 트렌드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the-loop)라고 했다.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loop)에 적어도 인간이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AI 활용 원칙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열 가지 중에서 건강과 관련된 ‘건강지능(HQ)’의 개념에 대해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산업 시대에는 IQ가, 사회적 지능이 중요한 시대에는 EQ가 중요했다. 현재는 ‘건강 관리 지능’을 의미하는 ‘HQ’(Health Intelligence)가 대세다. 건강을 총체적이고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요즘의 건강 관리는 과거와 달리 매우 과학적이며, 의료적이다. AI를 통해 의학 지식을 쉽게 습득한 소비자들이 정확한 의학 용어를 들어 질문한다. 그리고 전문 의료인을 찾는다. 탈모를 대비해 흑채를 뿌리는 대신 병원에서 머리를 심고, 깜박하는 성격은 ADHD로 진단하는 식이다. 당뇨는 50대가 아니라 2030세대가 대비하는 질환이며, 저속노화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 등 과거에는 건강과 크게 관련이 없더라도 현재는 매우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건강 관리가 큰 화두가 됐다.”
책 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건강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건강관리가 생활의 일부분이 아니라 삶의 지향이자 라이프 스타일이 되면서 기존의 의료·보건·건강기능식품 같은 영역뿐만 아니라, 가전·주거·패션·여행·금융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건강 관련 요소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늘 트렌드를 빨리 반영해왔던 식품 시장에서는 이미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설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어느새 아침식사에서는 오렌지 주스와 시리얼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달콤한 아동용 시리얼을 만들던 기업들은 고단백과 저당을 내세운 그래놀라나 뮤즐리, 따듯하게 데워 먹는 핫 시리얼 같은 건강 시리얼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의 건강지능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비자의 ‘잘 사는 삶’에 기여할지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