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을 모기’다

2020년부터 여름 모기보다 많아
기후변화, 폭염, 장마 등 영향
작년 10월 다섯째 주에 가장 많이 채집돼

한국헬스경제신문ㅣ 박건 기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옛말은 이제 틀린 거 같다. 모기는 처서(올해는 8월 23일)가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활동이 뜸해진다는 게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가을 모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늦가을까지 극성인 모기를 다룬 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작년 모기 채집 통계를 보면 여름철보다 가을철에 모기가 더 많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매년 4∼11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유문등 53개에서 주 1회 채집된 모기를 분석해 종별 발생 양상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6월 넷째 주(798마리)와 7월 첫째 주(801마리)에 단기 고점에 오른 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9월 첫째 주부터 다시 반등해 10월 다섯째 주에 1천265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에 채집된 모기가 5천87마리로 가장 많았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7월 2천511마리의 2.5배 수준이었다.

 

11월 둘째 주에 채집된 모기도 1천87마리로, 8월 주 평균(429마리)의 2배가 넘어 지난해 모기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채집된 모기 가운데 주거지에서 자주 접하는 모기인 빨간집모기가 전체의 86.9%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모기 극성기가 가을이라는 점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런 추세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21년(6월 넷째 주)을 제외하고 피크주가 모두 10월이나 11월에 있었다. 2022년엔 피크주가 11월 첫째 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늦은 시기였다.

 

혹서 등 기후변화와 함께 여름철 폭염과 폭우도 모기의 산란과 유충 발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폭염으로 모기의 산란처인 물웅덩이가 사라지고, 기습 폭우로 알과 유충이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올해도 가을에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유문등에 채집된 모기 수가 올해 8월 셋째 주 337마리, 넷째 주 369마리였던 것이 9월 첫째 주에는 433마리로 늘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모기가 여름철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도 작년처럼 가을에 모기가 많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