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자동차 충돌시험에 사용되는 인체 모형을 ‘더미’(dummy)라고 부른다. 더미는 단순한 마네킹 종류가 아니다. 몸 부위마다 초정밀 센서를 장착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인형이다.
그런데 여성도 운전을 하는데 미국의 더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성이었다. 1978년 키 175cm, 몸무게 78kg의 남성을 기준으로 제작됐는데 ‘하이브리드 III’라고 부른다.
미국 교통부가 남성 모형만 사용하던 관행을 47년 만에 깨고 여성의 몸을 기초로 설계한 더미 ‘THOR-05F’를 21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앞으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연방 차량 충돌시험에 도입될 예정이다.
미 교통부는 “이 모형의 형태와 충돌 시 반응은 여성 신체를 기반으로 하며, 궁극적으로 여성 탑승자의 뇌, 흉부, 복부, 골반, 하퇴부 부상 위험을 더 잘 평가할 수 있게 한다”며“새로운 더미가 특정 차량 충돌 시나리오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높은 부상률이 지속되는 추세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새 더미는 키가 151cm, 몸무게 48kg으로 작고, 유방을 표현하기 위한 고무 재킷이 있다. 150개 이상의 센서를 갖추고 있으며 목, 쇄골, 골반, 다리 모양 등 남성과 여성의 해부학적 차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 한 개당 제작 비용은 약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다.
미국에서는 2023년 기준 약 1만 2000명의 여성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운전자는 차량 충돌 사고 시 남성 운전자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73% 더 높고, 사망할 가능성은 17% 더 높다.
여성이 자동차 사고에서 더 위험한 이유는 남성보다 다리 길이가 짧아 운전석을 핸들에 더 가깝게 당겨 앉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충돌 사고 시 남성보다 다리를 심하게 다칠 확률이 70%이상 높다고 한다. 또 여성의 목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으면서 거의 비슷한 크기와 무게의 머리를 지탱해야 해 사고 시 손상에 훨씬 취약하다.
차량 안전기능이 남성 체형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여성 운전자는 더 위험하다는 비판은 줄곧 이어져 왔다.
앞서 호주, 스웨덴 등이 여성 전용 충돌시험 인체 모형을 채택한 바 있다. 한국도 2017년부터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운전석에 여성 인체 모형을 사용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