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면 머리 좋아져요"

다수 연구에서 인지기능 향상 효과 확인돼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좋아져”
독박 돌봄은 오히려 해 끼쳐...적당한 빈도가 중요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와 손녀를 돌보는 일은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다.

 

최근 호주에서 진행된 ‘여성 건강 노화 프로젝트’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기억력과 사고력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아이와 대화하고, 놀아주고, 챙기는 과정이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두뇌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는 조부모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 상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어 뇌 세포의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 아이를 따라다니고 산책을 시키는 등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량을 늘린다. 신체 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밖에도 최근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플라비아 체레체슈 연구원(박사과정)팀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팀은 2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과 노화’(Psychology and Aging)에 발표한 논문에서 손주 돌보기가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노화 종단 연구(ELSA)에 참여한 조부모 가운데 손자녀 돌봄 활동을 한 2887명(평균 나이 67세)과 돌봄 활동을 하지 않은 7395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2016~2022년 3차례에 걸쳐 설문에 답하고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다. 설문에서는 1년간 손자녀를 돌본 적이 있는지, 돌봄 횟수와 종류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돌봄에는 손자녀와 함께 놀거나 여가 활동 하기, 숙제 돕기, 등하교시키기, 식사 준비하기 등이 포함됐다.

 

인지기능 검사에서는 1분 동안 말할 수 있는 동물 이름 개수 측정과 10개 단어 즉각 또는 지연 회상 테스트 등을 통해 언어 유창성 및 기억력을 검사했다.

 

분석 결과 손자녀를 돌본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조부모에 비해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검사에서 모두 더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런 결과는 조부모의 나이와 건강 상태, 교육 수준, 결혼 상태, 자녀·손주 수 등 다른 요인 등을 보정한 뒤에도 그대로 유지됐으며, 돌봄 횟수나 종류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할머니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 폭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부모의 손주 돌봄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즉 ‘적당한 빈도’의 돌봄이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전적으로 육아를 책임지는 ‘독박 육아’ 수준이 되면 오히려 인지 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로는 뇌 건강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돌봄 과정에서 허리, 무릎 등 관절 건강이 나빠지면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