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남성호르몬 사용 주의해야 한다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원장, 내분비내과 전문의

 

최근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성과 활력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특별한 질환이 없는 젊은 남성들까지 남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피로감이나 성욕 감소를 호르몬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근력 증가나 노화 방지 효과까지 기대하며 호르몬제를 찾는다. 호르몬제 오남용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FDA는 이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남성호르몬 제품 라벨에 위험성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남성호르몬 부족, 성선기능저하증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상태로 성욕 저하, 발기 부전, 근력 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중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겨도 호르몬 분비가 감소할 수 있다. 원인은 선천적 이상부터 후천적 요인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병력 청취 후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하며, 정확성을 위해 하루 중 수치가 가장 높은 오전 8~10시 사이에 검사한다. 이때 세 차례 이상 수치가 정상 이하이고, 명확한 증상이 있다면 테스토스테론 결핍 진단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한 번 수치가 낮다고 바로 호르몬제를 처방하지 않으며 시험적 처방 역시 권장하지 않는다.


남성호르몬제 종류
테스토스테론 제제는 경구제, 젤·패치, 근육 주사제로 나뉜다. 경구제는 혈중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용량을 복용하게 되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젤과 패치형은 피부 자극이 생길 수 있는데, 젤형은 피부 접촉으로 다른 사람에게 약제 성분이 전달될 수 있다. 특히 여아가 노출될 경우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사제는 단기 지속형(3~4주 간격)과 장기 지속형(10~14주 간격)이 있다. 장기 지속형은 드물게 주사액의 오일(기름) 성분이 혈관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는데, 폐혈관에 오일미세색전증(POME)을 일으킬 수 있다.


남성호르몬제를 피해야 하는 경우
남성호르몬은 전립선암 세포의 증식을 초래하므로,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금기다. 또한 중증 전
립선 비대증 환자는 치료 후 투여를 권한다. 이 외에도 적혈구 용적률(Hematocrit)이 50% 이상인
적혈구 증가증, 수면무호흡증, 심부전증 환자에게 사용을 금한다.

 

남성호르몬제 주요 부작용
•생식 기능 저하
장기 지속형 테스토스테론 주사제를 투여하면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이 억제된다. 주사제로 남성 기능은 유지되나, 뇌하수체 성선자극호르몬이 억제되어 정자 형성이 저해되고 고환 크기도 작아진다. 특히 수년간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맞으면 호르몬 축이 회복되지 않아 남성 기능 유지를 위해 주사를 지속해서 맞아야 할 수 있다.


•전립선암 및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은 남성호르몬 의존 기관이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보충 시에는 전립선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저성선기능저하증 환자는 전립선암 위험이 낮지만, 테스토스테론 보충 시 위험도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상승한다.

 

50세 이상 또는 40세 이상 고위험군은 치료 후 3개월, 1년 그리고 이후에는 6개월 혹은 1년마다 정기적으로 전립선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립선 결절이 만져지거나, PSA 수치가 1년간 1.4ng/mL 이상 증가하거나, 4ng/mL 이상으로 상승하면 비뇨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또한 테스토스테론 투여는 전립선 비대를 악화시켜 요로 유출로 폐쇄 및 하부요로 증후군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적혈구 증가증
적혈구 증가증은 테스토스테론 주사 치료를 할 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혈액 속 적혈구 비율(적혈구 용적률)이 높아지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전색전증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제품 라벨에 정맥혈전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적혈구 용적률은 치료 시작 후 3~6개월에 검사하고, 이후 매년 확인해야 한다. 수치가 정상 상한선을 넘으면 용량을 줄이거나 투여를 중단한다. 다만 성기능저하증 남성에서 시행하는 테스토스테론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성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는 효과가 명확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남용할 경우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혈관 질환, 전립선 문제, 나아가 성 기능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은 명확한 증상과 세 차례 정상 이하 혈중 농도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시행되어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