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당뇨병 전 단계에서 돌아서기

혈당스파이크, 당뇨의 위험 신호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이 유행이다. 혈당을 관리해 준다는 제품들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직접적인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여서 혈당 관리를 하기는 어렵다. 혈당 관리 열풍은 당뇨병이 급증하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환자 수는 600만 명, 당뇨 전 단계는 1500만 명에 달한다.


당뇨의 원인과 종류
당뇨란 인슐린의 분비 부족이나 작용 저하로 혈당(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가 유지되는 만성 대사질환이다. 혈당은 혈액 중에 포함되어 있는 포도당을 의미하는데, 혈당
이 높으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된다. 밥이나 면 등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포도당이 되고, 포도당은 혈액으로 흡수된다. 핏속의 포도당을 쓰려면 인슐린 호르몬이 필요하다. 이때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포도당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 인슐린의 양상에 따라 당뇨병을 나눌 수 있다.

 

대체로, 인슐린이 부족하면 1형 당뇨병,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2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최근 2형 당뇨병이 주목받고 있는데, 2형 당뇨병의 발병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에 빠져 있으면 2형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혈당 스파이크란 혈당이 갑자기 치솟았다가 도로 꺼지는 것이다. 필자는 ‘정제 곡물과 단순당’을 피하라고 말한다. 이런 음식들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정제 곡물은 도정을 하여 겨(기울)와 배아를 제거한 상태의 곡물이다. 겨와 배아가 제거된 정제 곡물은 소화가 쉬워서 위에서 포도당으로 변환되는 속도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만든다.

 

정제 곡물로 만든 음식에는 흰쌀밥, 국수, 빵 등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또한 과당 같은 단순당이 들어 있는 음료수도 피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전 단계의 주범, 혈당 스파이크
우리 몸은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혈당이 갑자기 치솟는 것은 화재가 발생한 것과 같다.  인슐린이 소방수 역할을 맡는다. 췌장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감지하고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의 활약으로 혈당은 빠르게 정상 범위로 돌아온다. 


문제는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일어날 때다. 이렇게 되면 췌장이 혹사 당한 끝에 ‘지치고’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전과 같은 수준으로 혈당을 조절하려면 인슐린이 더 필요하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과정에서 췌장은 또 혹사를 당한다. 악순환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면 당뇨병 직전 상태인 당뇨병 전 단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뇨병으로 진행되느냐 아니냐가 갈린다.

 

매년 당뇨병 전 단계 상태인 사람의 8%정도가 당뇨병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혈당, 경구 포도당 내성 검사 2시간째의 혈당, 당화혈색소 등을 기준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때 공복혈당이 높은 경우를 공복혈당장애, 경구 포도당 내 검사 2시간째의 혈당이 높으면 '내당능장애'라고 한다.

 

당뇨병 전 단계 상태라도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40세 이상이면 혈당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이 내려졌을 때 환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불안감에 휩싸인다. 혈당에 좋다는 제품을 구매하는 등 이것저것 한다. 물론 특별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둘째, 안심한다. ‘아직 당뇨는 아니다. 어차피 당뇨에 걸린다면 지금 즐겨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천하태평형이다.

 

의사로서 더 우려되는 반응은 두 번째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전이되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며, 당뇨병 전 단계 그 자체로도 건강에 해롭다.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들은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 앞

 

서 말한 것처럼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인슐린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는 체지방축적과 체내 염증을 불러온다. 지방이 쌓이는 부위에 따라 복부비만, 지방간, 심혈관계 질환 등이 생기게 된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는 사람이 간에 문제가 생겼다면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 때문이다. 거기다 쌓인 지방과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 인슐린 분비 능력 자체도 떨어질 수 있다. 췌장 세포가 혹사를 당하다 못해 사멸하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사람의 우울증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서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과 핀란드에서 행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생활 습관 개선이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 개선을 한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2형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비율이 약 58% 감소했다. 이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이 핵심 키워드다. 지방 섭취를 제한하여 더 이상의 축적을 막고, 이미 쌓인 것들은 신체 활동으로 태워야 한다. 신체 활동을 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을 연료로 쓰게 되므로 혈당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운동 중에서는 근력 운동을, 신체 부위로는 근육이 많은 하체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근육은 인슐린에 반응하여 혈당을 흡수하고 소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혹시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을 받고 낙심한 분이 계신가? 그럴 필요 없다. 당뇨병 전 단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건강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당뇨병 전 단계에 너무 겁먹지도, 너무 가볍게 여기지도 말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시길 기원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